[수도권]판서 8명이 살았다는 八判洞… 산-물-인심이 맑아서 三淸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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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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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다 87개 법정동 가진 종로구… 洞이름 따라 역사여행

예부터 인왕산과 북악산으로 둘러싸여 경치가 아름답고 맑은 계곡물이 흘러 사람 마음을 맑게 해줬던 곳이 있다. 경복궁 동북쪽인 서울 종로구 삼청(三淸)동이다. 산과 물 인심 등 3가지가 맑다는 동네 이름처럼 그윽한 정취와 어우러져 최근 액세서리나 옷, 구두를 파는 상점과 아기자기한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났다. 삼청동 남쪽에는 팔판(八判)동이 자리 잡고 있다. 미술관과 게스트하우스, 전통찻집이 즐비한 이 동네의 이름은 조선시대 이곳에 8명의 판서가 살았던 데서 유래한다. 궁궐과 가까워 고관대작들이 이곳을 주거지로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종로구에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동네 이름이 많다. 동 이름 곳곳에 숨겨진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 한 바퀴 돌아보자.

○ 서울에서 동이 가장 많은 곳

서울시에는 467개의 법정동(法定洞)이 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법정동이 가장 많은 곳은 종로구다. 87개나 돼 전국 자치구 중에서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관악구 금천구 양천구는 법정동이 3개밖에 없어 무려 29배인 셈이다. 법정동은 이름 그대로 법으로 정한 동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전해져온 우리 고유의 땅이름을 대부분 쓰고 있다. 정부기관 등의 문서는 모두 법정동으로 표기한다. 반면 행정동은 말 그대로 행정 위주로 구분한 단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관악구의 신림동은 법정동이며, 그 신림동을 1∼10동 등으로 나눈 것은 행정동이다.

종로구에 법정동이 많은 이유는 조선시대부터 4대문 안, 그 안에서도 경복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보니 역사적 의미를 띤 동 이름이 많았고 그 흔적을 유지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어서다.

조선시대 궁중의 꽃과 과일(화과·花果)을 다루는 관청이 있어 이름이 붙은 화(花)동을 비롯해 임금에게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하던 자문기관인 사간원(司諫院)이 있었다고 해 생긴 사간(司諫)동 등 역사적 흔적을 담고 있는 동 이름이 많다. 야사에서 비롯된 동 이름도 있다. 재(齋)동은 왕위 계승의 야심을 품은 수양대군이 한명회와 야합해 어린 단종을 보필하던 신하를 참살했던 곳이라 동네 사람들이 이곳에 남은 피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재를 가지고 나와 덮었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 조선부터 근현대까지 간직한 동네

종로구에는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처럼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조상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유독 많다. 창덕궁 후원 서쪽에 있다 해서 이름 붙은 원서동에는 궁궐 여인이 썼다고 전해오는 창덕궁 빨래터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근현대사적 의미를 지닌 곳도 많다. 익선동 한옥촌은 최초로 주택업자가 집을 여러 채 지어 분양한 근대식 한옥지구다. 1920∼1930년대 생겨난 이곳은 근대 건축사의 한 획을 긋기도 했다. 최근 도심 재정비 사업으로 사라진 청진동 해장국 골목도 고관대작의 행차를 피해 온 서민이나 나무꾼, 마차꾼이 모여 해장하던 곳이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서울시#종로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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