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학원비 공식’

  • Array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교과부 적정 교습비에… ×2… ×3… +논술비… +특강비… +기타 등등

“주 2회 2시간 수업하고 월 수강료는 40만 원입니다.”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U보습학원에 고교 수학반 교습비를 문의하자 이런 답이 왔다. 시간당 2만5000원이라는 것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계산법대로 실제 수업시간을 1시간이 아닌 50분으로 계산하면 1분당 500원인 셈이다. 이 학원은 이달 초 교육당국에 월 1221분 수업하고 수강료로 30만 원(1분당 245원)을 받는다고 신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0일 제시한 강남지역 ‘적정 교습비 기준’ 238원에 가깝게 맞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실제 수강료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신고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유명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일대 보습학원 2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교습비를 조사한 결과 16곳이 서울시교육청의 적정 교습비 기준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곳은 실제 받는 교습비보다 낮은 금액을 받는다고 교육청에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 학원들의 교습비를 강제로 내릴 방침이다.

○ 천장 뚫린 학원 수강료

조사 대상 보습학원 20곳 가운데 교육청 기준을 지킨 학원은 인터넷 강의에 기반을 둔 M학원을 포함해 4곳뿐이었다. 나머지 16곳은 교습비가 가이드라인보다 적게는 8%, 많게는 110%까지 비쌌다.

교습비를 올리는 수법도 다양했다. 목동 C학원은 교습비 외에 논술지도료와 특강료를 받고 있었다. 학원법에 따르면 모의고사, 기숙사, 차량, 급식 등에 들어가는 실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교습비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편법을 쓴 것이다. 이 학원에 고교 1학년생 딸을 보내는 주부 A 씨(47)는 “월 80만 원의 학원비에 논술지도료, 특강료까지 보태 120만 원을 낸다”며 “특강료와 논술지도료는 학원 요구로 현금 결제를 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선택진료비(특진비)처럼 유명 강사가 하는 수업을 ‘프리미엄 강의’라며 일반 교습비보다 2∼4배 높은 금액을 부르는 사례도 있었다. 서초구 반포동 K수학학원 관계자는 “학생 2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주 2회 3시간 수업에 월 100만 원을 내야 한다. 일대일 강의는 월 200만 원”이라고 했다.

한 과목을 세부 항목으로 나눠 수강료를 받는 ‘과목 쪼개기’도 있다. 목동 H학원에 다니는 이모 양(17)은 고전문학, 비(非)문학, 종합강의 등으로 쪼갠 수업에 각각 20만 원을 들여 국어 한 과목에 월 60만 원을 내고 있다.

○ 정부 vs 학원 갈등 고조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교습비는 학원장이 정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이 조정위원회 심의를 참고해 조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과 학원계가 지난해 10월부터 조정위원회를 꾸려 논의한 끝에 올해 4월 서울지역 적정 교습비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적정 교습비 기준이 종전보다 최대 갑절 이상으로 비싸게 책정된 점을 문제 삼아 직권으로 내리기로 했다. 예컨대 서울 강남지역 적정 교습비는 조정위원회가 분당 257원으로 결정했지만 교과부는 종전 122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비싸다며 238원으로 낮췄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습비 기준을 바꾼 후속 절차로 각 학원으로부터 교습비 명세를 등록받고 있다. 교습비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위한 것으로 다음 달 초까지 진행한다. 23일까지 동아일보 취재팀이 조사한 학원 20곳 중에선 10곳이 등록했다. 이 중 교습비를 정직하게 신고한 곳은 2곳에 그쳤다. 8곳은 실제로 받는 교습비보다 낮은 금액을 신고했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학원들이 정부의 직권 조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감수해야 한다. 또 교습비를 교육청에 허위로 등록하면 영업정지나 학원사업자 등록 말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학원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교과부의 결정은 자율 경제를 해치는 것”이라며 조만간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교습비 외에 편법으로 기타 비용을 받는 것은 일부 유명 학원의 사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적정 교습비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교과부가 제시한 교습비 기준도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학원비#편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