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무급휴직자 재취업 막아선 금속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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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업체 채용 박람회’ 입구서 시위-몸싸움

“협력업체에라도 취업해 쌍용자동차가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26년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일하다 무급휴직자가 된 A 씨(54)는 20일 오전 경기 평택시 이충동 평택고용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선 ‘쌍용차 무급휴직자를 위한 협력사 취업한마당’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2009년 불법 파업 이후 A 씨는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현장을 떠나야 했다. 당시 쌍용차 직원 468명이 A 씨처럼 무급휴직자가 됐다.

‘1년만 쉬다 오면 회사가 정상화되겠지’라고 생각했던 A 씨의 기다림은 2년 6개월간 이어졌다. 회사는 연생산량이 16만 대는 돼야 무급휴직자들을 다시 복직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쌍용차의 올해 목표량은 12만3000대다.

A 씨는 무급휴직자가 된 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나이와 ‘쌍용차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재취업에 걸림돌이었다. 그는 2년 6개월간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벼랑 끝으로 스스로를 내몰았던 A 씨였지만 이날은 희망을 안고 부스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20대 청년 시절 쌍용차의 전신인 동아자동차에 입사한 이후 29년 만에 다시 보는 면접이었다. A 씨는 “쌍용차로 돌아가 정년퇴직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고 말했다.

무급휴직자들을 무작정 기다리게만 할 수 없기에 쌍용차는 올해 노조와의 단체협상에서 무급휴직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협력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쌍용차 무급휴직자를 채용하는 협력업체에는 채용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노조도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쌍용차는 4일 국내 자동차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임단협을 타결했다.

하지만 이날 채용박람회는 금속노조의 실력 행사로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20여 명은 행사 시작 전인 오전 9시 30분부터 채용박람회가 열리는 건물 입구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박람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전 11시가 되자 조합원들은 2층 행사장으로 올라와 사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무급휴직자 B 씨(40)는 “이틀 전 쌍용차지부가 ‘행사에 참가하지 말라’는 경고성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며 “무급휴직을 한 주위 동료들은 혹시 옛 동료들에게 찍히지 않을까 우려해 채용박람회장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B 씨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김규한 쌍용차노조 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무급휴직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결과물인데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 쌍용차노조는 2009년 9월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한 뒤 같은 해 12월 새로 출범했다.

채용박람회에는 무급휴직자 120여 명이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실력 행사로 20명만이 어렵사리 박람회장을 찾았다. 당초 50여 협력업체가 채용박람회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시위 여파로 21개 업체만 참가했다.

쌍용차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정치적이고 조직적인 방해로 당초 행사 취지가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쌍용차는 무급휴직자들이 개별적으로 협력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평택=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쌍용차#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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