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다산이 즐겨먹던 아욱국은 어떤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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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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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1801년 겨울 전남 강진에 유배와 처음 4년을 동문 밖 주막집 단칸방에 머물렀다. 그는 주막집 단칸방을 ‘사의재(四宜齋·사진)’라 이름 짓고 네 가지 원칙을 정했다. ‘생각은 맑게, 용모는 단정하게, 말은 과묵하게, 행동은 중후하게 하자’는 다짐이었다. ‘사의재’가 있던 주막은 2007년 강진군이 복원해 다산의 발자취를 더듬는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강진군이 사의재에 ‘이야기가 있는 음식’이라는 ‘스토리텔링 옷’을 입혔다. 문헌 고증작업을 거쳐 다산이 즐겨 먹었던 아욱국을 18일부터 관광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규(葵), 노규(露葵), 규채(葵菜)라고 불리는 한해살이 풀인 아욱은 국으로 끓여 먹는 전통 음식이다. 면역력을 높이고 술 해독작용이 뛰어나며 시금치보다 단백질이 두 배, 지방은 세 배가 많다. 무기질과 칼슘 함량도 높아 성장기 어린이 골격형성에 도움을 주는 알칼리 식품이다.

다산이 남긴 시구에는 ‘집 앞 남새(나물) 밭의 이슬 젖은 아욱을 아침에 꺾고 동쪽 골짜기의 누런 기장을 밤에 찧는다’는 구절이 있다. 다산의 제자 황상(1788∼1870)이 다산과 추사 김정희(1786∼1856)를 초대해 아침밥에 아욱국을 내놓았다는 일화가 문헌에 있을 만큼 다산은 일상에서 아욱국을 즐겨 먹었다.

사의재에서 맛볼 수 있는 아욱국은 쌀뜨물에 올갱이와 멸치로 만든 육수에다 된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다진 마늘로 푹 끓여 내 구수하다. 값은 5000원. 사의재 주막을 운영하는 양순자 씨(59·여)는 “여름 아욱국은 사립문을 닫고 먹는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보양식이었다”며 “다산 선생과 아욱국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면 손님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했다. 본채인 주막과 바깥채, 초가 정자와 우물, 장독대, 정원 등으로 꾸려진 사의재는 관광객을 위한 식당 겸 안내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의재에선 아욱국 외에도 매생이탕, 매생이전, 새싹비빔밥, 추어탕, 막걸리, 동동주를 팔고 있다. 윤순학 강진군 문화관광과장은 “사의재의 아욱국과 같이 유적지별로 스토리가 있는 다양한 전통음식을 발굴해 관광객을 유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의재 061-433-3223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다산#사의재#아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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