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소 - 취미는 뭘까? 주민번호 넣고 클릭만 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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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위, 개인정보 유출 시연

국가인권위원회 박성훈 주무관이 검색사이트 ‘구글(Google)’ 입력창에 검색어 ‘name’과 ‘KSSN’(Korean Social Security Number·주민등록번호)을 입력하자 수백 개의 한국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바로 화면에 떴다. 중국인의 개인 블로그와 인도네시아의 포털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무차별로 유출된 주민번호는 클릭 한두 번으로 쉽게 확인됐다.

인권위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제12차 아셈(ASEM) 인권세미나’의 일환으로 ‘정보화 사회에서의 프라이버시권과 자유의 균형적 조화’를 주제로 사전회의를 개최했다. 인권위는 이 자리에서 주민번호를 통해 이뤄지는 개인의 ‘신상털이’를 국제 인권 전문가들 앞에서 직접 시연했다.

박 주무관이 개인정보 수집을 돕는 ‘코글(Cogle)’ 사이트에 신상정보 공개에 동의한 이모 씨의 이름을 입력하자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의 사진, 학력, 직장, 혈액형, 취미, 좋아하는 야구팀도 확인됐다. 박 주무관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과거 상품 구매 기록과 장학금 수혜 현황, 대학교 과 축제 활동 등 상세한 사생활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국내 633개 법령이 주민번호 수집 및 이용을 허용하고 있고 8141개 민원서식 중 3156개(39%)가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웹사이트 32만 개 중 92.5%는 필수 요건이 아닌데도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주민번호제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개인 식별 시스템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이에 기반을 두고 있어 모든 기록과 활동이 쉽게 추적될 수 있다”며 “‘지하철 막말남’, ‘택시 막말녀’ 등 이슈를 쫓는 누리꾼들이 신상털이를 통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을 벌이고 있어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올해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National Action Plan)에 대한 권고에서 실명제 기반의 인터넷 접속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주민번호 시스템의 폐기 또는 재정비를 권고한 바 있다. 회의에 참석한 볼프강 베네데크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교수는 “국가가 구축한 개인 식별 시스템의 정보가 합법적 불법적 경로를 통해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방 조치를 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신상#코글#구글링#주민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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