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오늘 못본 신문도 쌓아뒀다 탐독… 아이디어 얻는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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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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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 서울발레시어터 기획팀장

포털 사이트에서 걸러져 좁은 모니터로 들여다봐야 하는 뉴스보다는 두 손으로 활짝 펼쳐볼 수 있는 신문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혼자 화장실에 가지 않고 신문이라는 친구랑 같이 간다.

아침에는 정신이 없어서 구석구석 챙겨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지난 일기장처럼 쌓아두고 들여다본다. 시간이 지났으므로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지만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특히 경제면에서 최근 동향을 분석한 기사를 곱씹어 보면 새로운 자극과 흐름을 만나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인문학과 융합된 기술만이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기술과 인문학이 이룬 성과를 인간의 감동이 본질인 예술이 하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에 고민에 빠졌다. 이런 기사는 묵혀뒀다가 나중에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해서인지 음모이론처럼 여러 현상의 연관성을 이해하려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내가 발레단에서 공연기획 업무를 한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이 발레를 전공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사회현상을 관찰하고 의미 있게 재구성하는 훈련을 하면 문화예술계가 낯설지 않다고. 오히려 몸의 움직임과 세상의 다양한 연관성을 찾아 새로운 공연기획을 할 수 있다고.

신문도 사회학처럼 세상을 오롯이 담고 있다. 다양한 내용이 가득하다. 공연 관련 직업을 가져서인지 꼭 동아일보의 공연면을 챙겨 본다. 간혹 요일에 관계없이 공연 기사가 실리기는 하지만 고정적으로 게재되는 공연면을 통해 중요한 소식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문화뉴스만으로는 공연을 기획할 수 없다. 공연을 알리기에는 문화면이 중요하지만 사회와 공감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내가 근무하는 서울발레시어터는 창작발레가 중심인 민간예술단체이다. 창작 공연과 발레 대중화 교육을 하면서 많은 무용 애호가로부터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노숙인을 대상으로 발레교육과 공연을 시작할 때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예술 활동으로 힐링 발레가 언급됐다. 2010년에는 이와 관련된 신문기사의 대부분이 문화면에 실렸지만 지난해에는 3분의 1 정도가 사회면에 실렸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해 펀딩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신문을 통해 사회와 공감하면서 노숙인 발레교육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관심분야를 위주로 신문기사를 선택해서 읽는다. 하지만 신문의 전체 기사를 읽고 연계성을 찾는 훈련을 하면 사회를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그런 관찰과 이해를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일을 기획할 수 있다.

신문은 내가 하는 일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매체다. 문화면에 머물지 않고 사회면이나 경제면으로 폭을 넓히면 더 많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세상 소식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이어가다 보면 공감대가 넓은 공연을 기획할 수 있다.

나는 매일 이런 고민을 하면서 아침마다 화장실에 친구를 데리고 들어간다. 친구랑 오래 놀다보니 치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도 직업병인가보다.

권기원 서울발레시어터 기획팀장
#신문과 놀자#교육#나의 NIE#서울발레시어터#권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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