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립 예정지였던 가리왕산(강원 정선군)을 대체할 용지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환경 전문가 사이에서 환경훼손이 큰 가리왕산 중봉 외에 강원도 내 다른 지역에도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산림청을 비롯해 대학연구소, 환경단체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은 올 4월 활강경기장 건립 대체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생태학자, 습지전문가, 스키·스키장 전문가 등으로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산림보전·보호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강원도 일대를 조사하고 있다.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던 가리왕산 중봉 일대 2400여 ha(약 726만 평)는 담비 삵 등 각종 동식물의 종(種) 보전을 위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지난달 3, 4일 영월군 상동읍 만항재와 정선군 남면 두위봉 일대를 헬기로 돌며 표고 차, 가능한 코스 길이 등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정선 두위봉은 대체지 후보에서 제외됐다. 하단부에 결승선, 관중석, 대회운영시설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만항재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지난달 16일 토목전문가들이 2차 조사를 벌였다. 이달 5일에도 추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함태식 사무관은 “만항재 남사면 부분을 보완 분석한 후 5, 6월 동안 이어진 대체지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할 것”이라며 “이날 결과에 따라 7월에도 강원도 다른 지역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원산이 유력한 대체지로 부상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와 시민단체 우이령포럼도 최근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와 현지답사를 통해 가리왕산 대체지를 찾아냈다. 정선 북평면 상원산, 평창 진부면 백석산과 박지산, 영월 수주면 백덕산 등 4곳은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권장 기준인 △표고 차 800m 이상 △평균 경사도 17도 이상 △코스(슬로프) 길이 3km 이상 등을 충족해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립이 가능하다.
상원산은 표고 차 881m, 코스 길이 3100m, 평균 경사도 22.8도 등 활강경기장 요건을 갖춘 데다 주경기장인 알펜시아와의 거리가 15km에 불과하다. 백석산도 알펜시아 인근인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해 있는 데다 표고 차 825m, 코스 길이 3650m, 평균 경사도 20.1도 등 활강경기장을 건립할 조건을 충족했다. 나머지 산도 모두 표고 차가 800m를 넘고 알펜시아로부터 30분∼1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했다.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이차복 선임연구원은 “후보 지역 중 상원산이 가리왕산과 유사해 대체지로 가장 적합하다”며 “단점이라면 산의 하단부에 작은 언덕이 있다는 점인데 토목공사로 조금만 정리하면 관중석 등 경기장 시설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강원도는 가리왕산 고수
가리왕산을 대체할 후보지 조사와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도 강원도는 여전히 가리왕산을 고집하고 있다. 신만희 강원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이미 협의한 사안이라 예정대로 가리왕산에 경기장을 건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과거 겨울올림픽 개최 국가들은 자국 내 환경 훼손이 우려될 경우 IOC와 논의해 경기장을 변경해왔다”며 “강원도가 결정을 뒤집기 싫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의 경우 남자 스키 활강경기장 예정지였던 핫포네 산의 훼손이 우려되자 나가노 올림픽조직위원회는 IOC를 설득해 경기장 위치를 변경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때도 철새 서식지에 가까운 올림픽 홀 예정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2014년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조직위도 산악지대 보호를 위해 각종 시설의 위치를 변경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