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장병들 욕되게 하지말라”… 법정서 울먹인 최원일 前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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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설 명예훼손’ 10차 공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천안함 좌초설 명예훼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취재진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천안함 좌초설 명예훼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취재진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부디 짧은 지식으로 지금도 추운 바닷속에 잠들어 나라를 지키고 있는 장병들을 욕되게 하진 말아 주십시오.”

‘정부와 군이 천안함 침몰사건 원인을 은폐·조작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웹사이트에 올려 사건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54)의 10차 공판 현장.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박순관)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45·현 해군교육사령부 기준교리처장·중령)은 진술 중 여러 차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전 함장은 “당시 왜 배에 남으려 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많은 부하들이 보이지 않아 배와 함께하려고 했다. 더이상 말하기 싫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이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사건의 책임을 북한에 물어야지 왜 자꾸 북한을 비호하는가. 이러니 자꾸 도발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변호인들에게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보험금 타려고 자작극 했다고 하면 어느 가장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유족들이 신 대표의 변호인에게 항의해 퇴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변호인이 국방부의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게재된 피격 직전 천안함 폐쇄회로(CC)TV 화면을 제시하며 화면 속 인물들이 누군지 특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 발단이었다. 최 전 함장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숨진 장병들의 실명 언급을 피했으나 변호인 측은 실명으로 특정해 주기를 요구했다.

흰 티셔츠를 입고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유족이 자리에서 일어나 변호인을 향해 “죽은 사람 가지고 뭐 하는 거야, 이 OO들아”라고 외쳤다. 이 유족은 재판장에게 퇴정 명령을 받고 법정 경위에게 끌려 밖으로 나갔다. 이어 다른 방청객도 “유족인데, 저도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변호인 6명 중 1명인 심재환 변호사(54)가 “재판장님, 재판 지휘를 제대로 해주시죠. 변호인들의 신변이 위협받는 이런 재판이 어디 있습니까. 신원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내보내시면 어떡합니까”라며 “감치를 시켜야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신변 위협으로까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재판을 진행했다. 최 전 함장은 종이에 이름을 써 CCTV에 나온 장병들 신원을 밝혔다. 심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남편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천안함#최원일#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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