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아기’ 묻던 전쟁터 아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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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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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전장서 보낸 편지엔 ‘못다 쓴 그리움’

현충일을 맞아 국가기록원이 전장에서 부쳐진 애틋한 편지를 공개했다. 나라를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뛰어들었던 젊은이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편지에 꾹꾹 눌러 썼다. 용감했던 아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가족은 현충원 홈페이지를 찾아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보고 싶은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내고 있다.

○ 전쟁터에서 날아온 그리움

“여보! 우리 형편이 좀 피어나기까지는 참고 살아갑시다. 당신과 내가 서로 마음 변하지 않는 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지 않겠어. 대궐 같은 집과 큰 부자가 문제 아닌 몸이 건강하고 서로 마음만 하나라면 무엇을 더 원하겠소. 이곳 월남 땅에 한국 청년이 모두 같을 거요. … 당신의 영아가 월남에서.”

1970년대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당시 맹호부대 소속 정영환 대위(72·강원 홍천군)가 아내에게 쓴 편지다. 아내를 두고 먼 곳으로 떠나온 남편의 애틋한 심정이 묻어난다. 그는 다른 편지에서 추신으로 “아기가 배에 없는지 궁금. 있었으면 바라는 마음. 당신의 남편 영아가”라고 맺어 아내의 임신 여부를 묻는 예비 아빠의 설렘도 볼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현충일을 앞두고 5일 호국·보훈 기록물 가운데 베트남전쟁과 6·25전쟁 등 전선에서 보낸 편지 일부를 공개했다. 정영환 씨의 편지 외에 ‘유학성’이라는 이름의 군인이 6·25전쟁 당시 장인 장모에게 보낸 편지에는 “병모(장모)님의 염려 덕택으로 잘 지내고 있으며 맡은 바 군 복무에 노력하고 있으니, 저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사이버 공간에서 부르는 그리운 이름

세상을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수없이 불러 봐도 그리운 아들아. 엄마는 네가 없는 사계절이 너무 춥단다.”(고 방상민 일병 어머니 김은주 씨)

국립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 고인에게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마련된 사이버참배 게시판에도 현충일을 앞두고 하루 평균 20∼30개씩 고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2002년 1월 문을 연 게시판에는 불의의 사고나 전쟁으로 아들이나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현역 시절 만났던 선후임이나 동기들이 애끊는 마음을 담아 글을 남기고 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현재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남긴 추모 글은 1만9600여 개에 이른다.

[채널A 영상] 호국보훈의 달 유월, 종북논란으로 ‘시끌’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현충일#국가기록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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