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 너무 쉬워… 입원기준-재심사 규정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정신장애연대 등 요구

서울 강북구에 사는 최모 씨(44·정신지체3급)의 홀어머니는 최 씨와 돈 문제로 다툴 때마다 그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곤 했다. 3월 5일에도 그랬다. 최 씨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은 경기도 A병원에서 간호조무사 2명이 왔다. 이들은 형과 어머니의 동의서를 받은 후 최 씨를 차에 강제로 실어갔다. 그때부터 ‘감옥 생활’이 시작됐다. 최 씨는 “온종일 병동에 갇혀 지냈고, 하루 한 번 약을 먹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의사와 5분 정도 면담을 한 게 생활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 씨는 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이달 초 퇴원했다.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을 강제입원시키려면 보호자 2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나마 2008년 전에는 ‘1명의 동의’였던 것을 개정한 것이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강제입원이 성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정신장애연대를 비롯한 정신장애인들은 강제입원의 기준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강제입원을 남용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강제입원을 통해 장기간 병상을 채울 수 있다는 것. 또 의료급여 1종 환자의 경우 국가가 입원비를 전액 부담해 보호자의 추가 부담이 없다는 점도 강제입원을 부추기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정신질환 입원 환자 7만5282명 중 4만6126명(61.3%)이 의료급여 1종이었다.

입원 여부를 정신과 전문의 1명이 판단하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 많다. 한 번 강제입원을 하면 6개월 뒤 재심사를 받도록 하는 규정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병원에서 불필요한 강제입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제도를 바꾸려면 추가 예산도 들고 관련 기관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