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튼튼’해진다더니… ‘충치-비만’ 어린이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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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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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원 시판 17종 조사

뽀로로와 짱구, 로보카 폴리 등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만화 캐릭터를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어린이 음료의 산성도(pH)가 콜라 사이다와 비슷해 충치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제품은 당분(糖分) 함량이 높고 부패하기 쉬워 어린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3일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17개 어린이 음료를 대상으로 산성도와 당분 함량, 세균증식 시험을 한 비교정보를 발표했다. 등산화, 변액연금보험에 이어 세 번째로 나온 컨슈머 리포트다.

○ 건강 위협하는 어린이 음료


컨슈머 리포트의 분석 결과 조사대상 17개 어린이 음료의 산성도는 2.7∼3.8이었다. 콜라와 사이다로 대표되는 탄산음료의 산성도(2.4∼3.3)와 비슷한 수준이다. 산성도를 나타내는 pH는 7이 중성으로 낮을수록 산성도가 높다.

산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은 ㈜건강마을이 판매하고 있는 ‘로보카 폴리 포도’로, 이 제품의 산성도는 일부 사이다 제품보다 높은 2.7이었다. 이어 ㈜로제트의 ‘디보 키즈업 홍삼음료 트로피컬’의 산성도가 2.9로 뒤를 이었다.

어린이들이 많이 마시는 오렌지주스의 산성도가 3.7∼3.8, 우유의 산성도가 6.8인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 음료의 산성도가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송규혜 한국소비자원 식품미생물팀장은 “입안의 산성도가 5.5 이하가 되면 치아 보호막인 에나멜층이 손상돼 치아 손상과 충치가 발생한다”며 “특히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해 음료를 오래 입에 머금는 경향이 있어 치아 손상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어린이 음료는 설탕 등 당분이 과다하게 첨가돼 소아비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음료의 ‘쿠우 오렌지’는 1병에 당분이 39g으로 당분함량이 가장 많았다. 이어 농심의 ‘카프리썬 오렌지맛’(23g), 상일의 ‘유기농 아망오렌지’(21g), 조아제약의 ‘튼튼짱구’(20g) 순이었다.

이들 4개 제품은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1회 제공량 당 단백질 함량 2g 미만, 당분 17g 초과인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됐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학교 매점이나 학교 인근 슈퍼마켓 판매와 어린이 시청시간대 TV 광고가 금지된다.

하지만 조아제약의 튼튼짱구는 1병의 실제 용량은 300mL이고 당함량은 20g인데도 제품 뒷면에는 ‘1회 제공량 150mL, 당함량 10g’으로 표시해 고열량 저영양식품 규제를 피해갔다.

한편 건강마을의 ‘로보카 폴리 포도’와 로제트의 ‘디보 키즈업 홍삼음료 트로피컬’은 제품에 비타민C나 칼슘이 함유돼 있다고 홍보했지만 영양성분 함량에는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표시하지 않아 ‘식품 표시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 음료 마신 뒤 양치질은 30분 지나야


컨슈머 리포트는 어린이 음료를 마시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요령과 구매 가이드라인도 소개했다. 우선 어린이 음료를 개봉한 뒤 오래 보관하면 부패하기 쉬운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침이 섞여 들어간 어린이 음료는 25도에서는 4시간, 33도에서는 3시간만 지나도 세균이 크게 번식하면서 부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부분의 어린이 음료는 뚜껑 윗부분을 잡아 올려 빨아 마신 뒤 다시 닫을 수 있도록 돼 있는 ‘피피 캡’을 사용해 음료를 여러 차례 나눠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사 대상 17개 어린이 음료 가운데 피피 캡을 사용한 제품은 모두 13개였다. 피피 캡을 사용하는 음료는 뚜껑 사이에 혀나 피부가 끼는 사고가 발생하기 쉽고 심한 경우 피피 캡이 부서지면서 질식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산성도가 높은 어린이 음료를 마신 뒤 바로 양치질을 하면 오히려 충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어린이 음료을 마시면 입안이 산성으로 바뀌고 치아 표면의 보호막인 에나멜층이 약해지는데 이때 양치질을 하면 오히려 치아가 더 쉽게 부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컨슈머 리포트가 공개된 뒤 어린이 음료 업체들은 앞으로 당분 함량이나 산성도를 낮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어린이음료#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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