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첫 건설한 이순신대교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9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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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느껴졌다. 발 디딤대로 만들어둔 철판틈새로 보이는 광양 앞바다가 현기증을 불러왔다. 왕복 4차로 도로는 푸른 바다 위에 그어진 실선처럼 보였다.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여수의 영취산, 광양의 백운산 능선, 지리산 천왕봉, 남해대교의 붉은 주탑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발 270m 높이의 이순신 대교 주탑에서 체험한 풍광이다.

전남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이순신 대교는 5월12일 개막하는 '여수엑스포'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10월로 예정된 개통에 앞서 5월 초 임시 개통키로 하고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이순신 대교는 대림산업이 순수 우리 기술로 짓는 국내 최초의 현수교다. 현수교는 다리 양끝이나 중간에 탑을 세우고, 탑에 연결된 케이블로 교각 상판을 지지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국내 서해대교가 대표적인 현수교다.

최첨단 장비와 기술이 동원된 이순신 대교는 몇가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우선 케이블을 연결하는 주탑의 높이가 해발 270m로 종전 1위이던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254m)를 제치고 세계 최고(最高)로 우뚝섰다. 다리 길이(2260m)도 국내 최장(最長)이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서울 남산(262m)과 63빌딩(249m)보다도 높다"고 귀띔했다.

주탑과 주탑 사이 길이는 1545m로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선 4번째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1280m)보다도 훨씬 길다. 주탑 간 길이가 길수록 현수교 시공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순신 대교의 개통에 따른 경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10월 정식 개통되면 여수와 광양 두 곳의 국가산업단지간 이동거리가 종전 80분(60km)에서 10분(10km)으로 대폭 단축되면서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순신 대교 건설에 따른 경제효과가 생산유발 1조8734억 원, 부가가치 유발 3494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김 윤 대림산업 부회장은 "'해상특수 교량의 꽃'으로 불리는 현수교를 순수 자국기술로 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이순신 대교와 같은 초대형 현수교를 4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마무리하고 임시 개통을 하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순신 대교의 성공적 시공을 발판 삼아 현수교시공 시장의 세계적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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