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200개 예술단체, 산동네-섬마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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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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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가 22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지역민을 위한 재능기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 주축이라 악보 없이 연주한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가 22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지역민을 위한 재능기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 주축이라 악보 없이 연주한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 금호석유화학과 함께하는 ‘행복자람 나눔예술&나눔교육’의 한 축인 나눔예술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전국의 문화 소외 이웃을 찾아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동아일보가 손잡은 나눔예술에는 200개 단체가 장애인, 어르신, 다문화가족 등과 호흡하며 1800회의 공연을 선사한다. 산간마을에서 섬마을까지 다채롭게 펼쳐질 나눔무대는 우리 이웃의 행복한 동행이 될 것이다. 》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공연이 시작된 지 한 시간 남짓 됐을까. 공연장의 불빛이 사라지고 무대 저편에서 한줄기 선율이 흘러나왔다. 숨소리가 멎은 객석 너머로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화음으로 만났고 감미로운 현악이 더해졌다.

가슴으로 듣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어둠으로 하나 된 공연장에 뭉클한 감동이 일었다. 곡이 끝나고 조명이 켜지자 객석은 일제히 우레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시각장애인 실내관현악단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예술감독 이상재)가 지난해 10월 미국 카네기홀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했다. 지역민을 위한 재능기부 무대지만 무엇보다 다음 달 나눔예술 투어를 앞두고 스스로 활력을 붙어넣는 무대였다.

악보 없이 연주하는 이들은 미국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고 독도의 세찬 바람 속으로 아름다움을 실어 보냈지만 연주 횟수가 계속 줄어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그 바람에 생업을 위해 안마사를 하겠다며 바이올린을 내려놓은 단원도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연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연주를 멈출 수 없게 한다. “애초 우리의 생계를 위해 창단했는데 이제 우리가 이웃에게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세상을 볼 순 없지만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자는 것 말입니다.”(이상재 예술감독)

올해 하트체임버의 나눔예술 콘셉트는 ‘감동의 카네기홀 앙코르’. 행복한 무대를 나누는 나눔예술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강원 산간마을에서 남도 섬마을, 제주의 바닷가 마을 곳곳의 이웃을 찾아간다. 클래식 연극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200개 예술단체가 장애인, 어르신, 다문화가족 등과 하나 된 무대에서 호흡하며 1800회의 풍성한 공연을 펼친다. 장르만큼이나 다채로운 예술단체의 활약도 기대된다.

장애인극단 판은 중증장애인들이 엮어가는 창작극 ‘역전만루홈런’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노래한다. 다국적 이주민극단 샐러드와 결혼이민자로 구성된 한국다문화가족지원연대는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꾸며 진정한 화합의 의미를 심어주려 한다.

극단 드림의 코믹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무형문화재로 구성된 희망의 소리봉사단은 지역 어르신들의 행복한 동행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벗은 광대놀음 떼이루의 몫이다. 12월에는 나눔투어에서 멋진 무대를 선사한 우수 예술단을 뽑아 특별공연도 펼친다. ‘행복자람 나눔예술&나눔교육’(www.nanumart.com)에선 나눔무대가 담아낼 행복스토리를 전할 예정이다.
▼ “소외된 아이들, 현악합주로 꿈 키워요” ▼
■ 나눔교육 지도 맡은 김소희 씨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건 쉬울지 몰라도 제대로 오래가야 해요.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생겼다가 없어지잖아요.”

이달 초부터 ‘행복자람 나눔교육’의 현악합주 지도를 맡은 김소희 씨(52·사진). 그는 긴 호흡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일정한 목표 과정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사이자 호스피스 병동의 음악치료사로 활동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다. 소질 있는 아이는 음대 진학까지 돕는 열성파다.

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이던 김 씨는 빈곤층 음악교육에 열심인 미국인 친구에게 영향을 받았다. 음악교실은 가르치는 게 아닌 협동과 이해를 배우는 작은 사회란 점도 그랬다. “악기 사랑을 알려줘야죠. 또 남에 대한 배려. 혼자 튀면 오케스트라는 망가지잖아요.”

그는 가난하고 학업에 뒤처진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 날개를 달아줬단다. 다른 아이보다 속도는 늦지만 칭찬에 신명이 나 성적까지 올랐다고 한다. “베토벤을 연주해도 기쁘겠지만 ‘나비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잘하는 아이도, 좀 안되는 아이도 각자 안에서 성취감을 느껴야 행복하게 배울 수 있어요.”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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