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복병 ‘고농도 오존’에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 여수 엑스포 기간(5월 12일∼8월 12일)에 행사장 일대에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의 분석이 나왔다. 오존은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발암성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태양열에 광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오존농도가 높아지면 눈과 목이 따갑고 두통과 호흡기질환이 발생한다. 》

○ ‘오존’에 떠는 여수 엑스포


동아일보가 8일 입수한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고농도 오존발생 원인 규명을 위한 정밀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여수 일대에서 오존농도가 100ppb(오염물질 농도 단위·1ppb는 10억 분의 1로 공기 1m³에 오염물질 1μL·마이크로리터가 들어있는 것)가 넘은 날을 분석한 결과 2001년 5.3일, 2004년 8.67일, 2007년 10.33일로 계속 증가했다.

이후 2008년 6일, 2010년 5.6일 등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다른 지역의 오존농도가 평상시 50ppb를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고농도 오존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대기 중 오존농도가 10ppb 늘면 사망률도 전체 연령에서는 0.9%포인트,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1%포인트 증가한다.

또 연구진이 고농도 오존발생 조사 범위를 광양만권까지 확대한 결과 100ppb가 넘는 날이 연간 최대 31일이나 됐다. 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김소영 연구사는 “여수 순천 광양을 포함한 광양만권에는 정유 석유화학 철강공장이 밀집해 있어 오존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이 오존을 광양만권 전체로 확산시킨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여수 일대의 고농도 오존 발생이 주로 엑스포가 열리는 5∼8월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2001년에서 2010년 광양만 일대 고농도 오존 총 발생일수(495일) 중 78%(387일)가 5∼8월에 집중됐다. 환경부 측은 “엑스포 기간에 고농도 오존이 자주 발생하면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 여수 석유화학공장 조업 조절 추진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 일대에서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여수의 한 정유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 일대에서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여수의 한 정유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정부는 엑스포 기간에 여수 일대 석유화학공장의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수 등 광양만 일대 고농도 오존 발생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질소산화물과 여수 내 석유화학공장에서 배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영향이 컸다. 2007년 여수에 100ppb 이상의 고농도 오존이 발생했을 때 이중 30∼45ppb는 중국에서 날아온 질소산화물 때문이었다. 또 여수 내 석유화학공장에서 배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오존농도가 최대 80ppb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반입되는 오염물질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여수 내 석유화학공장에서 배출하는 에틸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양을 줄여 엑스포 기간에 고농도 오존 발생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환경부의 계획이다. 실제 여수 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25% 줄이면 오존농도가 30ppb, 50% 줄이면 70ppb대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 황석태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생산활동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업체들과 생산량 조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환경#날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