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주5일 수업’ 전면 실시 한달… 현장 점검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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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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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프로그램 없어 ‘어휴’참여율 지역별로 3배 차이… 당국 방침 자주 바뀌어 혼란

지난달 31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주5일제 수업 이후 달라진 학교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서울 강동구 신암중을 찾았다.

이날 신암중은 19개의 토요학습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전체 재학생(992명)의 25%인 250명 정도가 등교했다. 교실, 동아리방, 음악실마다 비보잉, 사물놀이, 밴드 등 문화예술 활동이 펼쳐졌다. 교정은 음악소리로 들썩였고, 운동장과 체육관에서는 축구와 농구, 필드하키가 펼쳐졌다.

이 장관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주5일 수업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도 전국에서 21.1%(147만2939명)의 학생들이 토요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시행 첫 주 8.8%에서 꾸준히 올라 학교의 토요 프로그램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뭘 모르는 소리”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장관이 토요일마다 찾은 곳은 모두 준비가 잘 된 학교로, 실제로는 준비를 하지 못한 학교가 더 많으며 프로그램 수준과 참여율도 천차만별이라는 것.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오히려 발 빠르게 준비한 학원가만 ‘주5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이 장관이 신암중을 방문했던 바로 그 시간,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명일초등학교는 조용했다. 무용반, 난타반, 중국어반, 가야금반 등 4개의 강좌가 열렸을 뿐이다. 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다. 재학생 1300명 중 학교를 찾은 학생은 고작 73명이었다. 이 학교 하민수 교감은 “토요일 프로그램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운동장을 활용하는 토요 스포츠데이 프로그램은 서둘러도 다음 주나 돼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 자료에서도 지역별 편차를 확인할 수 있다. 토요 프로그램 참여율을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37.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가장 낮은 광주는 12.3%에 그쳐 지역별로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한 달이면 제도가 안착할 것이란 교과부 예상이 틀린 셈이다.

현장의 혼선도 여전하다. 교육당국은 지난주 주요 교과목을 제외한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 시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유료 방침이 갑자기 무료로 바뀜에 따라 일선 학교들은 프로그램을 다시 손질해야 했다. 축구, 농구, 검도, 태권도 등 체육 활동을 중심으로 14개의 프로그램을 개설한 서울 강일중 관계자는 “불과 사흘 전에 무료 운영 공문이 내려와 토요 프로그램의 틀을 급히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학원에선… 토요수업 북적 ‘환호’ ▼


학원의 토요 수업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부모들의 학원비 부담만 늘어날 태세다.

하늘교육 성북센터 정영석 원장(44)은 “2월부터 준비해 3월 첫 주부터 토요일 논술반을 운영했고 특수목적고 진학준비생을 위한 심화수업반도 3월 둘째 주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강좌에는 벌써부터 각각 30명과 20명의 학생이 모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경기 의정부시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김모 씨(28)는 “학원의 수업 형태가 바뀌면서 부모들의 학원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의정부 지역 학원의 경우 월∼금 수업에 30만∼35만 원이던 종합반 강좌가 월수금이나 화목토로 쪼개지면서 각각 20만∼25만 원을 받는다. 따라서 토요일 수업을 늘릴 경우 부담해야 할 학원비는 40만∼50만 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기업에선… 상품 대거 출시 ‘야호’ ▼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캠핑을 즐기는 가족 고객이 늘자 관련 용품이 쏟아지고 있다. 콜맨코리아 제공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캠핑을 즐기는 가족 고객이 늘자 관련 용품이 쏟아지고 있다. 콜맨코리아 제공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그랜드앰배서더서울 호텔은 1일 리모델링을 마친 108개 객실 가운데 34개를 ‘디럭스 킹&싱글 베드룸’으로 선보였다. 일명 ‘패밀리룸’으로 불리는 이 객실에는 기존의 더블베드 옆에 자녀를 위한 싱글베드를 새로 배치했다. 직원에게 부탁하면 어린이 전용 베개도 갖다 준다.

매주 ‘놀토(노는 토요일)’가 자리 잡으며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이들을 겨냥한 틈새 상품이나 마케팅 이벤트가 쏟아지고 있다.

주부 박모 씨 가족은 최근 놀토를 활용해 서울 강남의 임피리얼팰리스서울 호텔로 결혼기념일 축하 여행을 떠났다. 어린 아기가 있는 박 씨 가족에겐 장거리 해외여행보다 저렴한 시내 호텔 패키지가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이 호텔은 어린 자녀를 위해 ‘유아 귀빈(VIB·Very Important Baby)’ 서비스도 하고 있다. 아기를 데리고 오면 아기용 침대와 물티슈 젖병 젖병소독기 장난감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키즈라인 제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2는 올봄, 7∼13세 초등학생을 위한 제품 물량을 전년 대비 20% 늘리고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어른용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패밀리룩’을 연출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가족 단위의 캠핑 문화가 확산되면서 등산복에 초점을 맞췄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캠핑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캠핑용품 브랜드 콜맨은 사계절 내내 캠핑을 즐기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맞춰 처음으로 한국인 전용제품을 출시했다. 신제품인 ‘웨더마스터 와이드 2룸 코쿤’은 침실 기능의 ‘이너 텐트’에 거실 역할을 하는 ‘스크린타프(그늘막)’를 덧붙여 가족들이 넓은 공간을 쓸 수 있게 했다. 코오롱스포츠도 캠핑 용품의 비중을 지난해 30%에서 올해 40%로 늘렸다.

식품 시장에서는 호떡과 브라우니 등 ‘프리믹스’ 상품이 인기다. 물만 부으면 반죽이 가능한 재료가 들어 있어 손쉽게 아이들 간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 스포츠게임용품의 판매량도 늘어 이마트에서는 미니하키, 당구 등 상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34.9% 늘었다. 또 자녀들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애완동물 관련 상품의 판매량도 30.2% 증가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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