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런던올림픽 현장 국내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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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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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장에 주경기장… 흙 200만t 씻어내 공원조성

영국 런던 북동부의 스트랫퍼드 지역에 있는 올림픽 공원. 7월 27일(현지 시간)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왼쪽에 보이는 원형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포함해 이곳에 있는 경기장들은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영국 런던 북동부의 스트랫퍼드 지역에 있는 올림픽 공원. 7월 27일(현지 시간)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왼쪽에 보이는 원형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포함해 이곳에 있는 경기장들은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여라.”

2012 런던 올림픽 대회관계자들은 만날 때마다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을 만들거나 소비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일컫는 단어. 영국은 7월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을 사상 최고의 ‘친환경 올림픽(Greenest Olympic)’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영국 무역투자청(UKTI)은 12∼14일(현지 시간) 세계 각국의 취재진을 초청해 친환경 경기장들을 공개했다. ‘지속가능성’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런던 올림픽의 정신에 발맞추고자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환경기술(ET)부터 초당 3000장의 고해상도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최첨단 정보기술(IT)까지 총동원된 경기장들이었다. 동아일보는 이번 ‘국제 프레스 투어’에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는 올림픽 공원은 런던 북동부 외곽에 위치한 스트랫퍼드 지역에 있다. 이곳은 10년 전만 해도 빈 공장과 산업 폐기물로 뒤덮인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뒤 짙푸른 녹색의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13일 현장을 찾았을 때 올림픽 공원은 경기 개최를 4개월여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올림픽 공원의 환경 복원을 책임진 기업인 ‘애킨스’의 줄리언 서덜랜드 기술대변인은 “2009년부터 토양 정화를 시작해 80%에 해당하는 200만 t의 흙을 씻어냈다”면서 “이 흙은 고스란히 올림픽 공원 조성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을 짓느라 이 지역의 낡은 빅토리아시대 건물 2000채도 부쉈는데 철근, 콘트리트 등 여기서 나온 자재의 95%를 경기장 건설에 재활용했다”고 덧붙였다.

경기장도 철저히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저탄소 건물’로 설계됐다. 주경기장 설계사인 ‘파퓰러스’의 제프 키스 씨는 “주경기장의 관람석이 총 8만 석인데, 이 가운데 5만5000석은 올림픽이 끝난 뒤 철거할 수 있는 ‘임시 관중석’이며 ‘영구 관중석’은 2만5000석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주경기장의 9만 석 모두 영구 관중석이었다.

파퓰러스 측이 임시 관중석을 늘린 이유는 주경기장의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폐가스관으로 임시 관중석을 만들어 무게도 줄이고 유지비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 비해 무게는 3분의 1, 에너지 소비량은 3분의 2에 불과하다.

경륜장은 타원형 지붕의 위와 아래는 물론이고 관중석 의자 아랫부분에도 구멍을 뚫은 디자인을 도입했다. ‘바람 길’로 쓰기 위해서다. 영국 최초로 ‘탄소제로 주택’을 만든 BRE의 피터 본필드 최고경영자는 “경륜장은 에어컨을 쓰지 않고 자연 환기만으로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무더운 여름에도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공원 안에 있는 경륜장의 지붕. 타원형 지붕의 위아래에 구멍(점선)을 뚫어 ‘바람길’을 만들었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올림픽 공원 안에 있는 경륜장의 지붕. 타원형 지붕의 위아래에 구멍(점선)을 뚫어 ‘바람길’을 만들었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프랑스에 본부를 둔 전력업체인 EDF는 대회 기간 중 에너지 낭비를 막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EDF의 올림픽 프로그램 책임자인 가레스 윈 씨는 “올림픽 공원 내 모든 시설의 에너지 소모량이 전력 통제실의 모니터에 30분마다 뜨도록 설계했다”면서 “에너지 소비량을 제어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EDF는 BMW와 함께 ‘미니’를 전기자동차로 개발해 대회 기간 중 200대를 운행하며 ‘친환경 올림픽’ 정신을 실천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올림픽 후 미디어센터를 철거하지 않고 IT 테크노밸리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런던=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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