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년]“아직도 체온이 남아있을까… 네 군번줄만 만지작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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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아물지 않은 상처

“지난 2년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천안함이 수심 40m 아래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한 지 26일로 2년이 된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떠나보낸 유족들의 지난 2년은 어땠을까. 동아일보는 천안함 폭침 2주기를 맞아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유족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47명의 유족 가운데 27명. 12명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더는 그때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3명은 유족회에 등록해 놓은 휴대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착신을 금지해둔 상태였다.

응답자 가운데 21명은 사건의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했다.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16명이나 됐다. 고 차균석 중사의 아버지 차상률 씨(50)는 요즘도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그는 “자리에 누우면 아들 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평생 갈 것 같다”고 했다.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69)는 “잠을 못 자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신도 없다.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되풀이할 때가 많다”고 했다.

두통 신경통 등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도 7명이나 됐다. 고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 심복섭 씨(50)는 아들을 잃은 뒤로 입 주변 등 얼굴에 마비가 와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는 어눌한 말투로 “아들이 죽고 난 뒤로 혼자 지내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밖에 4명은 불안장애나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다. 고 조지훈 상병의 아버지 조영복 씨(51)는 “아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체온을 나눴을 군번줄을 만지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다.

유족 21명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의 기억이나 관심이 흐려진 것 같아 섭섭함을 느낀다’고 했다. 고 강준 상사의 아버지 강현찬 씨(65)는 “지난해 1주기 때는 주변에서 ‘건강 챙겨라,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계속되는 루머에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 씨(57)는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유가족에게 돈을 주고 입을 다물게 했다고 떠드는 사람도 있던데 자기 일이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사자를 기억해주는 이들을 향한 감사 메시지도 이어졌다. 고 서승원 중사의 어머니 남봉임 씨(45)는 “승원이 친구들이나 군 선·후임들이 요즘도 자주 찾아오는데 승원이가 헛되이 떠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4)는 “매년 현충원에 찾아와 눈물 흘려주는 시민들이 계시는데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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