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 예측’… 무상보육 재원 9월이면 바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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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73만명 9월께 돌파… 연말까지 17만명 더 늘듯
최대 3000억 추가자금 필요

‘0∼2세 무상보육’이 올해 전 계층으로 확대됐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수요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9월 이후 재원이 바닥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와 정치권은 0∼2세 영유아 73만 명이 어린이집에 다닐 것으로 보고 기존 예산에 국비 3698억 원을 추가 배정했다. 여기에 지방비까지 합쳐 7400억 원이 늘어났다.

이 같은 예측은 지난해 어린이집을 다닌 0∼2세 영유아가 총 73만 명이란 데서 비롯됐다. 이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54만 명은 보육료 지원을 받았지만 나머지 19만 명은 자비로 어린이집에 다녔다. 정치권은 이 19만 명에 대해 보육료를 지원하면 무상보육이 실현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던 부모들까지 앞다퉈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것. 1월부터 3월 7일까지 보육료 지원을 받으려고 ‘아이사랑 카드’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36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 명이 많았다. 더구나 신청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예년에는 3월이 시작되면 신청 건수가 월 2만∼3만 건으로 떨어졌지만 올 3월에는 첫 주에만 2만1000명이 신청했다.

이처럼 어린이집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현재의 무상보육 정책이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가 부모들의 ‘공짜 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있다.

만 2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심한 김예은 씨(35)는 “전업주부니까 약속이 있을 때만 아이를 맡길 것”이라면서도 “공짜인 만큼 일단 어린이집에 등록부터 해놓자는 분위기가 엄마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고백했다.

만 0세의 경우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정부 예산은 1인당 월 75만5000원에 이르지만 집에서 키울 때 주는 ‘양육수당’은 차상위계층까지만 해당된다. 금액도 10만 원대에 불과하다.

보육 전문가들은 이 추세라면 어린이집 등록 인원이 9월에 73만 명을 넘어서고, 연말에는 9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7만 명의 추가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9월경이면 예산이 바닥나고, 연말까지 2000억∼3000억 원의 자금이 모자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하면 예비비를 받아야 하는데, 만약 성사되지 않으면 보육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0∼2세 영유아는 총 136만 명이다.

한편 ‘무상보육’ 실시를 계기로 어린이집이 대거 신설됐지만,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시설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복지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전국 어린이집은 4만334곳으로 지난해 말(3만9842곳)보다 492곳이 늘었다. 그러나 신설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은 35개에 불과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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