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혜의 샘 ‘논어’ 원문을 순서대로 읽어야 참맛”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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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어’ 펴낸 김원중 교수

“지금까지 30권 가까이 고전을 번역했지만 이번 ‘논어’ 출간만큼 신경이 곤두선 적은 없었어요.”

최근 ‘논어(論語)’(367쪽·글항아리)를 펴낸 충남 논산의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김원중 교수(49)는 13일 “책의 조판이 끝난 상태에서도 출판사에 ‘이번 책은 내지 말자’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할 정도로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자(孔子)와 그의 제자 및 당대 인물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는 가장 유명한 고전인 데다 국내에만 자칭 타칭 전문가가 수천 명에 이르고 논어 번역서만 160여 종, 관련저서는 3000여 종이 출간됐기 때문이다.

그 많은 번역서에 하나를 더 보태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가장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각주를 통해 역대 주요 학자들의 해석을 비교할 수 있게 한 점은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음 사례에서 보듯 그의 번역서는 다른 번역본과 해석도 일부 다르지만 원전에 없는 말은 철저하게 구분(괄호) 하는 절제를 보여준다. ‘젊은이는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집을] 떠나서는 우애로우며, 삼가고 믿음이 있으며 널리 대중을 아끼면서도 인仁한 사람을 가까이한다. [이것들을] 실천하고 남는 힘이 있으면 곧 글을 배운다.’

‘절제’는 그의 고전에 대한 태도의 중심을 이룬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기업경영이나 자기계발 측면의 고전번역과 고전읽기는 고전 본래의 의미를 왜곡할 수 있다”며 지나친 의역을 경계했다.

논어는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김 교수는 “일부에서는 논어가 계통이나 일관성 없는 대화의 기록이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읽기 시작해도 좋다고 하지만 공자의 제자들이 과연 아무 생각 없이 순서를 정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며 “평범한 독법이지만 ‘학(學)’ ‘정(政)’ ‘인(仁)’ 등 공자 사유의 핵심이 배치된 전반부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원문(原文) 읽기’에 도전해볼 것도 권했다. “논어는 자체가 갖는 함축성과 그로 인한 다소의 애매모호함 때문에 주석서들이 유달리 많습니다. 하지만 주석서는 독서를 편하게 해주고 재미도 주지만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기 전까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가급적 한문 원문을 읽은 뒤 번역문을 보는 습관을 길들이기를 추천합니다.”

김 교수는 “종종 서양의 중국 고전 번역서를 보는데 의미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양 고전의 백미(白眉)라 할 여백의 의미는 놓치고 있다”며 “고전 번역은 깊이와 결, 함축미를 오늘의 언어로 구현한 것이어야 하는 만큼 이런 방식에 충실한 번역서를 권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사기 완역본 등 베스트셀러 고전 번역서를 많이 낸 그는 논어 마니아다. 어려서부터 논어를 읽기 시작해 대학 재학 때는 주희(朱熹)의 ‘논어집주(論語集註)’를 암송할 정도였고 지난 20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논어를 강의했다. 김 교수는 “국가경영과 인생의 문제를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파헤치고 있는 논어가 더욱 널리 읽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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