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경북 상생, ‘한뿌리’ 강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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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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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태산준령 같은 자세로 대구 경북이 재도약하도록 주축이 돼주길 바랍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5일 경북도청 강당에서 도청 직원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대구 경북이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 도약의 주역이 되자’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시장은 “대구 경북은 신라 삼국통일과 항일운동, 새마을운동 같은 빛나는 역사를 쌓아왔지만 지금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 불균형으로 위상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구 경북이 도약하기 위해서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며 “한 집안 한 뿌리인 대구 경북의 상생(相生)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의 이날 특강은 1981년 대구시가 경북도에서 분리된 후 처음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대구시청에서 비슷한 주제로 특강한 데 따른 답방이었다. 김 지사도 “한 뿌리인 대구 경북이 상생과 통합으로 국토 균형발전에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두 단체장은 형님 동생, 큰집 작은집이라는 말로 우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 시장과 김 지사가 번갈아 특강을 하면서 대구 경북을 고민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대구 경북이 동반자로서 손을 굳게 잡아야 한다면서 ‘한 집안’이나 ‘한 뿌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우리끼리’라는 배타적이고 폐쇄적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대구 경북은 경쟁 상대가 아니다”는 말도 소극적인 느낌을 준다. 대구와 경북은 동질적인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졌지만 엄연히 다른 자치단체이다. 오히려 선의의 경쟁을 치열하게 펼칠 때 서로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협력과 상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도 분리 후 31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 대구 경북 31개 기초지자체도 참여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대구 경북이 상생하려면 대구 8개 지자체, 경북 23개 지자체의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로 살린다는 상생은 매우 좋은 말이지만 상생에도 ‘좁고 쉬운’ 차원, ‘넓고 어려운’ 차원이 있다. 이번 행사는 좁고 쉬운 상생 노력이다. 대구시장은 부산 전남 등에서, 경북도지사는 서울 강원 등에서도 강연을 하면서 때론 부닥치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세가 바로 ‘선이 굵고 기상이 높은’ 태산준령의 뜻이다. 좁고 작은 데 만족하면 ‘더 큰 대구’나 ‘웅도 경북’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어렵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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