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약령시 생기 되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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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회-현대백화점, 판매망 지원 - 한방축제 협력 ‘악수’

“월세 날벼락이죠.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옆 약령시에서 한약재를 파는 김모 씨(60·여)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그는 9일 “건물 주인이 60만 원이던 월세를 이달부터 2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알렸다”며 “몇 달이나 버틸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개점 이후 약령시에 한방 업종 10여 곳이 문을 닫았다. 백화점 쪽으로 유동인구가 갑작스레 증가하면서 주변 상가 임대료가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약령시 상인들은 “전체 상인의 80%가량인 세입자를 위한 지원이 없다면 이대로 점포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벼랑으로 몰리는 약령시를 살리기 위해 약령시보존회와 현대백화점이 머리를 맞댔다. 보존회와 백화점은 최근 약령시한의약박물관에서 상호협력 협정을 맺었다. 양측이 ‘상생’ 노력을 약속한 것이다. 백화점이 문을 열었을 때 약령시 상권 위축 우려로 갈등을 빚었지만 지금은 서로 힘을 모아야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올해 5월 열리는 약령시한방문화축제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지난해는 행사 예산을 일부 지원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한방건강세미나와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축제가 성공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보존회와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며 “올해 약령시 축제가 빛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또 각자의 장점을 서로 활용하기로 했다. 보존회는 백화점의 전국 판매망과 마케팅 기술을 적극 활용할 구상이다. 보존회와 경북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대구약령시는 이달 말 쌍화탕, 홍삼 진액 등 2개 제품을 처음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신제품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백화점 매장을 통해 전국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별관 주차장은 지난달부터 약령시 고객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약령시 이용고객은 이 주차장을 1시간 무료로 사용한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대구점장은 “백화점 옆에 약령시 같은 유서 깊은 관광자원이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상생발전을 위한 모델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협약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협력 원칙만 밝혔을 뿐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화점 개점 때문에 철거한 약령시 남쪽 홍살문도 새로 만들어 상생 노력이 구체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강영우 약령시보존회 이사장은 “이번 협약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하나씩 실천하겠다”며 “대구시와 중구도 참여하는 약령시공동발전협의체를 구성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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