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진 화단이 ‘죽음의 도약대’… 서울 내부순환로서 차량 추락 1명 사망

  • Array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두 달 새 3번째 비슷한 사고… 市 “철근 구조물 설치할 것”

추락사고 지점 19일 추락사고가 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내부순환로. 김모 씨의 차량은 1차로에서 연희램프에서 올라오는 차량을 위해 짧게 만들어진 4차로까지 질주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추락했다. 김 씨 차량은 오른쪽 화단 연석을 들이받고 이를 ‘도약대’로 삼아 튀어 올라 방호벽 위 방음벽을 들이받은 뒤 25m 아래로 떨어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추락사고 지점 19일 추락사고가 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내부순환로. 김모 씨의 차량은 1차로에서 연희램프에서 올라오는 차량을 위해 짧게 만들어진 4차로까지 질주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추락했다. 김 씨 차량은 오른쪽 화단 연석을 들이받고 이를 ‘도약대’로 삼아 튀어 올라 방호벽 위 방음벽을 들이받은 뒤 25m 아래로 떨어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 내부순환도로에서 50여 일 사이에 3건의 차량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해 도로를 관리하는 서울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2차례의 사고에서 전문가들이 도로의 구조적 문제점을 들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는데도 이를 고치지 않아 또다시 참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전 2시경 서대문구 연희동 내부순환로 성산대교에서 홍은램프 방향으로 달리던 김모 씨(41·영어강사)의 체어맨 차량이 연희램프 화단 연석에 충돌한 뒤 방음벽을 들이받은 다음 25m 아래 연가교 부근 홍제천변으로 추락했다.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3개 차로인 내부순환로 중 진입 차량을 위해 4차로로 확대한 구간에서 발생했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김 씨 차량은 앞차를 피해 빨리 가려는 듯 1차로에서 3차로까지 빠른 속도로 가로질러 가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연희램프에서 올라오는 차량을 위해 짧게 만들어진 4차로 끝까지 질주했다. 그러다 차로 끝에서 화단 연석과 방음벽을 잇달아 들이받고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두 건의 사고도 같은 도로 구조에서 발생했다. 11월 28일에는 성산에서 정릉 방향으로 달리던 1.2t 트럭이 홍은램프에 들어서다 도로가 좁아지는 구간을 알지 못하고 충돌한 뒤 추락했다. 이틀 뒤에는 반대 방향인 정릉에서 성산 방향으로 달리던 1t 냉동탑차가 홍제램프로 올라 4차로로 달리다 3차로로 들어서지 못한 채 계속 직진했고 결국 같은 방식으로 추락했다.

19일 사고가 일어난 연희램프는 첫 번째 사고가 일어난 홍제램프와 두 번째 사고가 일어난 홍은램프에서 각각 불과 2km, 4km 떨어져 있다. 또 3건의 사고 모두 통행량이 많지 않은 새벽 시간대에 발생했다.

서울시는 “2월까지 이번에 뚫린 방음벽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방호벽 앞에 60cm 높이의 고정식 철근 콘크리트 방호구조물을 설치해 사고를 막겠다”고 밝혔다. 안전표지와 노면표지를 설치하고 제한속도를 현행 70∼80km에서 70km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건의 사고에서 차량이 모두 화단 연석을 ‘도약대’ 삼아 방호벽 위 방음벽까지 튀어 오른 뒤 방음벽을 부수고 추락한 만큼 추락만이라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김도경 교수는 “세 건의 사고 모두 차량이 화단의 연석을 타고 올라 방음벽 쪽으로 질주한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차가 아무리 공중에 뜨더라도 방음벽을 들이받을 수 없게 방호벽 높이를 최대한 높이는 한편 방호벽 역시 더 강도 높은 콘크리트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