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잃은 교사들 ‘명퇴의 길’ 택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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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기 올해 1483명 신청… 작년보다 31% 늘어

올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6%, 4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명퇴를 신청한 교원은 920명이다. 지난해 2월 말 신청자(732명)보다 25.6%(188명)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도 2월 명퇴 신청자는 5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9명)보다 44.7%(174명) 늘었다. 특히 중등교원의 명퇴 신청은 165명에서 315명으로 90.9%나 증가했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 명퇴를 결심하는 교원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12월 전국 초중고교 교원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명퇴 신청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 교육과정 개정 등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93.5%)이 꼽혔다. 교육환경 변화 가운데서는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인한 학생지도의 어려움과 교권 추락’이 80.6%로 가장 많았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1월 서울과 경기 지역 50세 이상 초중고교 교원 6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교원의 81.9%는 명퇴를 이미 신청했거나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학생인권조례·체벌금지로 인한 교권 추락’이 60.7%로 가장 많았다. 명퇴가 건강이나 재정 문제 등 개인적 이유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9%에 그쳤다.

▶2011년 1월 20일자 A1면 50세이상 교원 61%…

▶2011년 1월 20일자 A14면 명퇴 고민하는 교원 는다는데… 왜?

서울 A초 교사는 “교육환경이 예전과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정말 아이들 지도하기가 어렵다. 스트레스를 받느니 빨리 쉬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 B중 교장은 “문제를 일으켰기에 훈계를 하려고 하면 ‘인권 침해하시는 것 아니냐’ ‘체벌하시는 거냐’고 반발하는 학생들이 있다. 상관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도 없어져 명퇴를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최근 일련의 학교폭력 사태 또한 교원들이 학생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왕따나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교원이 적극 개입하는 것을 꺼리면서 폭력 사태가 커졌다는 것.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원이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의 발생을 막고 학생 간의 문제에 적극 관여할 수 있도록 교사의 학생지도권을 인정하고 학생 징계권을 강화해야 한다. 또 모두 동일한 방법이 아니라 학교가 급별, 학년별 특성에 맞는 학생지도방안을 학칙에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명퇴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예산 부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명퇴 예산(280억 원)으로는 신청자 2명 중 1명은 돈을 지급할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예산(457억 원)을 지난해보다 137억 원 늘렸지만, 신청자가 예상치(470명)를 넘어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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