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학생이 하늘로 떠나던 날… 당국, 첫 자문회의 ‘뒷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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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 민관협의체 발족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인 ‘학교폭력근절자문위원회’가 2일 발족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자문기구인 자문위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자문위는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교과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교육계, 민간단체 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됐다. 자문위원 임기는 2년.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학생 자살사태를 계기로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자문위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학생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모아 놓았다고 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비슷한 위원회가 구성된 적이 있지만 의미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의 폭력조직인 ‘일진회’ 확산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2005년 초 정부는 8개 관계부처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교폭력대책기획위원회(기획위)’를 구성했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매년 5%씩 2009년까지 25%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2005년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기획위가 내놓은 정책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기획위는 출범하고 한 달 만에 학교폭력 신고 실적이 우수한 교장과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학교폭력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폭력 신고를 실적으로 따지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폭력을 적발하는 게 학교폭력의 근본 대책은 아니다”라는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결국 신고 교사 인센티브 정책은 흐지부지됐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금까지 정부의 학교폭력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전문가들만 모여 논의한 뒤 하달하는 ‘톱다운’ 방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학교폭력 대응속도가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자문위는 위원장을 선출하고 각자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첫 회의를 마쳤다. 실질적인 대응 방안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대응책을 빨리 마련해야 하지만 속도보다는 의견수렴을 거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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