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원단체 요구한 ‘수석교사’… 목표정원 절반만 겨우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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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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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수석교사제’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2일 각 시도교육청의 수석교사 선발 인원을 집계한 결과 목표치의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석교사는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교사가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는 대신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자격을 갖는 것이다. 수석교사 법제화 논의는 1982년 시작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해 지난해 6월 법안이 통과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석교사제의 빠른 정착을 위해 올해 2000명을 뽑기로 했다. 그러나 2일 현재 57%인 1151명만 선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수석교사는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역할과 함께 학생 교육이나 동료 및 신임 교사의 수업과 연구에 대해 컨설팅해 주는 일도 맡는다. 수석교사에게는 월 40만 원의 연구활동비를 주고 수업시수도 절반으로 줄여준다.

전국적으로 수석교사 지원자는 총 1667명이었다. 서울 부산 대전 울산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지원자가 목표치를 미달했다. 강원은 애초 117명 선발을 목표로 했지만 62명만이 지원해 47명을 선발했다. 경남은 168명 목표에 117명만 지원해 109명을 뽑았다. 135명이 목표였지만 79명만 지원해 50명을 선발한 전북도 마찬가지였다.

경북을 빼고는 모든 지역에서 초등 지원자가 중등보다 적었다. 초등은 중등보다 승진 기회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석교사는 4년간 활동하면서 근무성적평가를 받지 못한다. 승진 기회가 많은 초등은 지원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등은 승진 기회가 적고 사립은 승진이 쉽지 않다. 그런 학교에서는 수석교사로 ‘자격증’을 갖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많이 지원한 것 같다”고 했다.

학교당 1명씩만 추천할 수 있게 한 것도 지원율 저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규모가 다른데 1명씩만 추천할 수 있게 해 더 지원하고 싶어도 못한 학교도 있다”고 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1명만 추천하라고 하니 시범운영 기간에 선발된 수석교사가 있던 학교는 지원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수석교사제가 정착하기 위해 ‘수업 잘하는 교사’를 우대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보통 20년차부터 승진 기회가 생기는데 그걸 포기하고 수석교사로 가는 게 쉽지 않다”며 “수석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수업에 능력 있는 교사보다는 승진이 어려운 나이 많은 교사만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등학교의 경우 교과목별로 수석교사를 안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과목별로 교사가 다른 중등의 경우 자신의 것이 아닌 과목을 컨설팅해 주기가 쉽지 않다”며 “학교별 1명씩 수석교사를 두기보다 지역에서 과목별로 1명씩을 두는 게 교과 전문성을 살리는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공식 시행 첫해라 목표치보다 적은 수여도 자질 있는 교사만 선발하게 했다. 학교당 1명만 추천한 것도 그 때문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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