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한-중 어업분쟁,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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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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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어업협정 1:14로 손해”
전문가 “그나마 없으면 단속 불가능”

모자-마스크로 가리고… 이청호 경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 씨가 15일 인천 남구 학익동 인천 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인천해경은 이날 청 씨가 몰던 중국 어선 루원위호를 들이 받아 해경 작전을 방해한 또 다른 중국 어선 선장 류모 씨(31)도 긴급체포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모자-마스크로 가리고… 이청호 경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 씨가 15일 인천 남구 학익동 인천 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인천해경은 이날 청 씨가 몰던 중국 어선 루원위호를 들이 받아 해경 작전을 방해한 또 다른 중국 어선 선장 류모 씨(31)도 긴급체포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회복시켜놓은 서해 ‘황금어장’에서 한국어선보다 많은 중국어선이 떼로 몰려와 ‘싹쓸이 불법조업’을 하는데도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국 어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수협중앙회는 최근 ‘중국어선 불법조업 규탄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와 주한 중국대사관 등에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어선 수와 어획할당량을 줄이고 중국 측의 불법 어로를 강력 근절해주도록 요청하라’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 “단속 강화하고 협상도 다시 해야”


한중 양국은 연근해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2001년 4월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서로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인정하고 공동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양국 EEZ 내에서의 조업실적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어선의 중국 EEZ 내 어획량은 3231t에 불과했지만 중국어선의 한국 EEZ 내 어획량은 4만4863t으로 14배 가까이 됐다. 같은 해 양국이 허가한 한국 EEZ 내 중국어선은 1814척, 중국 EEZ 내 한국어선은 1613척이었다.

문제는 한국 EEZ 내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이 1만 척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EEZ 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매일 3000여 척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배 한 척이 연간 조업하는 일수가 100일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3000여 척의 어선 가운데 85% 이상이 불법 어선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실제 양측의 어획량 차이는 100배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국 측 EEZ에서 조업할 수 있는 중국어선 수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1762척이 6만5000t을 잡아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국도 중국 측 EEZ에서 1613척이 6만4000t을 잡아도 되지만 한국 어부들은 허용량의 2∼6%만 잡고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어민들은 정부가 왜 우리에게 손해나는 협정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어선들이 그동안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받는 어획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어획량을 기록했음에도 이 어획량을 줄이지 않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양국 EEZ에서의 조업허가 선박과 어획할당량도 현실에 맞게 대폭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황금어장 만드니 중국어선만 ‘살 판’


어민들은 중국 정부가 어족자원 보호에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5300억 원을 투입해 9만5000여 척의 어선 중 1만6660척을 감척했다. 그 결과 한국 측 EEZ가 황금어장이 된 것이다. 2016년까지는 3700척을 추가로 감척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 측은 자국 EEZ 내 어족자원 보호는 물론 감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감척하라고 보조금을 주면 이번엔 무등록 유령 어선이 돼 한국 측 EEZ로 불법 어로를 하러 온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국 측 EEZ에서 조업하면 돈을 벌기 어렵지만 한국 측에서 불법 조업을 하면 한 번에 2000만∼1억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중국 어선들이 기를 쓰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의 저자세 이유는?


해양법 전문가들은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것이 국제법상 정당한데도 정부가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은 한중 어업협정의 ‘자동파기 조항’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1년 협정을 체결한 지 5년이 지나면 언제라도 1년 전에 서로 통보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규정(16조 3항) 탓에 언제든지 중국이 파기하겠다고 통보하면 협정이 자동 폐기되는 사태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협정이 폐기되면 한국 EEZ 내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이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고 멋대로 EEZ 협정을 파기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염두에 두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게 어민과 전문가의 주장이다.

한중일 3개국 어민들은 어업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약정 체결을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측이 협정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약정도 ‘자율적인 다짐’ 수준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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