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내신 절대평가]상대 → 절대 → 상대 → 절대… 도돌이표 고교내신평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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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1996년 도입했던 방식이다.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로 2006년부터 다시 바뀐 이유는 문제를 미리 알려주거나 쉽게 내는 방법으로 성적을 부풀리는 일이 심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서초구 모 고교의 1학년 공통수학 평균점수가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지는 등 많은 고교에서 만점 또는 고득점자를 양산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감사를 벌였더니 부산의 경우 62개 고교 중에서 8곳이 문제를 일부러 쉽게 출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1999년에는 서울의 286개 고교 가운데 26곳이 성적을 부풀린 사실이 감사에서 확인돼 재시험을 치렀다.

2004년 서울 B 고교의 ‘생활과 과학’ 과목을 보면 재적생 332명 가운데 225명의 석차가 1등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 전체의 1학년 성적을 살펴본 결과 일부 학교는 ‘수’ 또는 ‘우’의 비중이 국어과는 79%, 과학은 78.8%, 영어는 71.2%에 이른다고 2005년 밝혔다.

일반고가 아닌 외국어고도 마찬가지였다. 수도권의 A 외고는 2004년에 체육과목에서 3학년 학생 105명 전원에게 ‘수’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연세대는 1학기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생 가운데 15%가량이 고교 내신 전 과목에서 ‘수’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내신을 믿을 수 없게 되자 대학들은 전형 과정에서 내신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서울 주요 대학이 고교 간 학력 격차를 대입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교등급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입시경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똑같은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입시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므로 성적 부풀리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강화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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