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선로작업 5명 열차에 치여 사망… 안전불감증이 참변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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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시간 어기고… 관제실 먹통… 안전불감증이 참변 불러

안전불감증이 또 대형 참사를 빚었다.

9일 0시 30분 코레일공항철도 계양역에서 검암역 방향 1.2km 지점에서 인천국제공항철도 열차(3157호)가 선로 동결 방지 작업 중이던 근로자 8명을 덮쳤다. 백인기 씨(55)와 추성태 씨(55) 등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이용훈 씨(39)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사고 지점에서 10∼20m 떨어진 곳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2명은 다행히 열차를 피했다.

○ 속속 드러나는 안전불감증


이번 사고는 안전수칙 무시에서 시작됐다. 경찰과 코레일공항철도㈜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이날 막차가 종착역에 도착하기 25분 전인 0시 25분경 사고 지점에 들어가 작업을 시작했다.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막차가 종착역인 검암역에 도착하고 난 0시 50분 이후에야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것.

인천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근로자 8명이 이날 0시 50분부터 오전 4시까지 선로 동결방지 작업을 벌이도록 승인 받았지만 그보다 앞서 선로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근로자는 경찰에서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져 작업을 빨리 끝내려고 예정보다 일찍 선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근로자를 통제해야 할 종합관제실도 감독을 소홀히 했다. 근로자들은 선로 진입 전 반드시 관제실의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생략했는데도 관제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8명의 근로자가 규정 작업시간을 어긴 채 선로에 들어갔지만 근로자들의 동선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코레일공항철도 측은 “공항철도 종합관제실로 무전을 통해 승인을 받고 선로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9일 오전 브리핑에서 “근로자 8명이 관제실에 선로 진입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계양역 인근 쪽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선로에 진입했다”며 “당시 안전 관리감독 책임자도 작업현장에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인천 계양소방서 구급대원은 “사고 현장에 곡괭이와 해머 등 작업도구가 널려 있었으며 숨진 근로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했다”고 말했다.

○ 열차 왜 못 피하고 희생 커졌나

근로자 대부분은 사고 지점 선로에서 엎드린 채 작업하고 있었다. 공항철도 측은 선로가 동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로 아래에 배수 시스템을 설치하는 작업을 7일부터 계속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 선로를 지나는 지반이 상승해 흙을 퍼내고 자갈을 넣는 작업을 웅크린 채 하기 때문에 사고를 낸 열차 기관사가 근로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야간작업에 필수적인 형광색 작업복 등 최소한의 보호 장구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3157호 기관사 김모 씨(39)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지점 80m 전방에서 근로자들을 발견해 계속 경적을 울리고 급제동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시속 80km로 달리던 열차는 사고 지점을 200m나 지나서야 멈춰 섰다.

사고 현장 바로 옆으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지형적 특성도 근로자들이 열차를 제때 피하지 못하게 한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시속 100km 이상 빠르게 질주하는 자동차가 일으키는 소음과 진동, 불빛 때문에 열차의 경적이나 전조등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기에 공항철도 열차가 저소음으로 설계돼 다른 일반 열차와 비교해 운행 소음이 작다는 것도 근로자들이 열차를 피하기 어려운 이유였을 것이라고 공항철도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사고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파악한 뒤 공항철도 관련자들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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