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멸종 위기 산양들아, 지리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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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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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관리공단 내년부터 이주작전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충북 제천시 한수면 월악산 하봉 일대에서 그물에 걸린 새끼 산양이 발견됐다. 그물 밖에서는 어미 산양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새끼를 쳐다보고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種)복원센터는 최근 그물 안에 먹이를 둬 유인하는 방식으로 산양을 포획하고 있다. 멸종위기종(1급)이자 천연기념물(217호)인 한반도 산양을 잡는 이유는 겨울철을 대비해 목에 달려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발신기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서다. 겨울철 폭설이 내리면 산속에 사는 산양이 눈에 갇혀 굶어 죽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산양 목에 단 GPS 발신기를 이용하면 장시간 이동하지 않은 산양을 찾아내 구조할 수 있다. 특히 올겨울에 구조되는 산양은 다른 산으로 ‘이사’를 갈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복원을 위해 산양을 백두대간 곳곳으로 옮기는 이주계획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 고립돼 가는 산양 떼

한반도 산양은 머리 부분은 짙은 황색, 빰은 흑색이며 목에는 큰 백색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82∼130cm, 체중 22∼35kg으로 염소보다 조금 크다. 신갈나무 피나무 산새풀 등 28종의 연한 식물줄기를 먹고 산다. 행동 반경은 산속 약 48km²(약 1452만 평) 정도다.

한반도 산양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에 서식했다. 하지만 염소보다 몸에 좋은 보양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무분별하게 포획됐다. 특히 한반도에 폭설이 많았던 1950, 60년대 눈 속에 발이 묶인 산양들이 현지 주민들에게 대량으로 잡히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산양은 현재 설악산 오대산 월악산과 강원 양구군 화천군 일대, 경북 울진군 봉화군 및 강원 삼척시 지역, 비무장지대(DMZ) 등을 중심으로 700∼800마리만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 못지않게 산양들이 특정 지역에 고립되는 현상도 심각하다. 예를 들어 100마리의 산양이 A지역에 있더라도 외부 지역으로의 이동이나 타 지역 산양과의 교류 없이 장기간 해당 지역에서 살면 점차 개체수가 줄게 된다. 집단 내에서 근친교배가 일어나 사산율이 높아지고 임신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성(性)비가 불균형해지는 등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진다.

더구나 한반도 산양은 2년 단위로 새끼 한두 마리를 낳을 뿐인 데다 새끼들의 생존율도 30% 미만이다. 그나마 설악산이나 화천군 등 특정 지역에 100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이유는 이들 지역에 암벽이 많기 때문이다. 산양은 자신을 보호할 무기가 20cm 내외의 뿔밖에 없다. 그 대신 삵 등 천적의 위험을 피해 경사 60∼70도의 암벽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 백두대간 곳곳에 산양 이주

산양이 고립되는 이유는 도로와 공장지대 등으로 과거 연결돼 있던 산과 산, 즉 백두대간 생태축이 끊어졌기 때문. 산과 산 사이에 도로가 하나만 생겨도 산양의 고립이 심각해진다. 산양은 길이 막히면 막힌 쪽의 반대 방향으로 몰려들어 살아간다. 이에 공단이 특정 지역별로 고립돼 있는 산양을 백두대간 내 다른 산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

공단에 따르면 현재 100여 마리가 서식하는 설악산과 양구군 등에서 두세 쌍을 뽑아 산양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오대산 치악산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으로 보낸다. 1차로 내년 설악산에 사는 산양 4∼6마리가 오대산으로 이주한다. 또 울진군 양구군 화천군에서도 월악산으로 4, 5마리를 보낸다. 이사 갈 산양은 올겨울 폭설에 갇혀 구조되는 개체들이다.

종복원센터는 눈이 많이 오는 1월∼3월 초 119구조대처럼 순찰을 돌거나 GPS 발신기로 산양을 구조한 후 산양계류증식센터에서 치료와 적응 훈련을 거쳐 다른 산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20년까지 남한 내 백두대간 전역으로 산양을 확산시키겠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생태환경을 개선하고 도로 등으로 끊어진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해 DMZ에 사는 많은 산양이 백두대간 생태축을 따라 남한지역 산으로 내려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복원사업의 최종 목표다. 지역마다 산양이 최소 100마리 이상 있어야 종이 안정적으로 존속된다. 센터 이배근 복원연구과장은 “이주를 위해 무인카메라와 분변 검사를 통해 지역별 산양 개체수를 꾸준히 조사할 것”이라며 “산과 산 사이 도로 위나 지하로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도 최대한 많이 만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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