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학년 학업성취 향상도 첫 공개]현재 高2학생, 2년 전 성적 추적 비교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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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고-충남 성적향상 뚜렷… 특목고 성적은 ‘선발효과’ 입증

《 학력 향상도가 우수한 고교 10곳 중 6곳은 대전 광주 충남에 있는 학교였다. 국영수의 과목별 향상도 1위 고교는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였다. 초중고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6%로 3년 연속 줄었고, 지역 간 학력 격차도 좁혀졌다. 그러나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지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일 이런 내용의 전국 초중고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학교알리미’ 홈페이지(www.schoolinfo.go.kr)에 공개했다. 학생들의 성적을 중학교 때보다 가장 많이 끌어올린 고등학교 100곳도 처음 발표됐다. 》
○ 사립고 향상도 앞서

학업성취도평가는 2008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전국적으로 치른다.

교과부는 현 고교 2학년의 중3 때 성적과 비교해 학교별 향상도를 분석했다. 향상도가 0%로 나온다면 중학교 때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뜻이고, 향상도가 높을수록 기대보다 점수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학력을 높이기 위한 학교의 노력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학력이 가장 많이 오른 고교는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충남 지역이었다. 과목별로 향상도 상위 100개교씩 모두 300곳을 분석하니 대전(28.4%) 광주(18.4%) 충남(14.8%)의 학교가 전체의 61.6%였다.

과목별 향상도가 높은 300개 학교 가운데 사립고는 194곳(65%)이었다. 수학 향상도를 보면 사립고(0.72%)가 공립고(―0.51%)보다 훨씬 좋았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가 실시한 전국 고교평가에서도 상위권에 사립고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본보 11월 28일자 A1·4·5면 참조
A1면 전국 1579개 일반계 고교 학력-교육여건-평판…

A4면 ‘숨은 명문’ 전주기전여고, 상위권 두텁고 하위권 적어

A5면 수준별 수업으로 ‘공포’ 줄여…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린 학교에는 이른바 명문고로 꼽히던 곳은 거의 없다. 외국어고는 국어에서 2곳, 수학에서 2곳, 영어에서 1곳만 상위 100위 내에 들어갔다. 과학고는 수학에서만 3곳이었다.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자율고도 국어 1곳, 수학 3곳에 불과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특목고의 경우 일반고에 비해 향상도가 특히 낮았다. 우수한 성적을 내는 이유가 학교 효과보다는 ‘선발 효과’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고나 자공고는 일반고나 특목고보다 향상도가 높았다. 서울 구현고, 광주 상일여고, 인천 신현고는 각각 국어 수학 영어에서 우수 학교 명단에 올랐다. 신현고는 개교한 지 4년밖에 안 됐지만 첫 졸업생을 배출한 지난해의 4년제 대학 진학률(51.2%)이 인천시내 76개교 중 18위에 오를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다.

○ 진보교육감 저조한 성적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높은 점도 눈에 띈다. 초6의 경우 강원과 광주(각 1.1%), 서울과 전북(각 1.0%), 경기와 전남(각 0.9%) 순이었다. 중3은 서울(5.0%) 전남(4.9%) 강원(4.3%) 경기와 전북(각 4.1%), 고2는 서울(5.0%) 경기(4.7%) 강원(3.4%) 전남(3.2%) 순으로 높았다.

진보교육감들은 지난해 취임한 뒤 야간 자율학습과 강제 보충학습을 금지했다. 교육계에서는 학력 향상을 중시하지 않은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이 이번 발표에 반영됐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최승룡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전임 교육감 시절에는 일제고사(성취도평가)를 앞두고 강제 보충수업이나 문제풀이 등 파행교육을 했다”며 “중고교는 지난해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줄었으므로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한 효과가 임기 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교육감 지역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적었다. 초6은 충북과 경남(각 0.4%) 대구(0.5%), 중3은 충북과 인천(각 2.1%) 대구(2.2%) 울산과 경북(각 2.5%) 순으로 미달이 적었다. 고2는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유일하게 광주(1.4%)가 포함됐고, 나머지는 대전(1.4%) 충북(1.5%) 울산(1.6%) 등이었다.

○ 전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줄어


이번 발표에 따르면 초중고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6%였다. 전수조사를 했던 2008년에는 7.2%였지만 2009년 4.8%, 2010년 3.7%로 계속 줄었다.

특히 올해 초등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0.8%로 교과부가 내년 목표했던 수치를 달성했다.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3.7%, 고등학생은 3.3%로 각각 내년 목표치 3.4%, 2.8%에 근접했다.

그 대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증가했다. 특히 고2는 2008년 57.3%에서 83.2%로 크게 늘었다. 초6은 79.3%에서 83.8%로, 중3은 57.6%에서 68.3%로 커졌다.

대도시와 농산어촌(읍면 지역) 간 학력 격차는 줄었다. 초중고교 전 교과에 걸쳐 두 지역의 보통 학력 이상 학생비율 차이는 2008년 13.3%에서 올해 4.1%로 3년 사이 9.2%포인트 줄었다.

이번 향상도 공개에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선발권을 가진 자율고인 하나고의 김진성 교장은 “학력을 높인 학교를 독려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수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좋은 학교’를 판단하는 지표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의 학업 성취에는 개인 심경, 가정환경 변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영향을 미치는 변인이 많다”며 “향상도를 학교 역량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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