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신입공채 절반인 50명 지방대생 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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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고시 붙은것처럼 축하현수막도 붙여준대요”

“서류 합격 통지가 왔을 때 믿기지 않아 20번도 넘게 다시 봤어요. 모교에서는 사법시험 합격한 것 마냥 축하 현수막도 붙여준다고 하네요.”

30일 서예원 씨(창원대 경영학과·24·여)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서 씨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입사원 공채 합격 통보를 받은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합격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씨는 경남에 있는 창원대가 배출한 최초의 산업은행 합격자이다. 그는 “학교 친구들이나 주변에서도 큰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합격하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지방대 출신을 파격적으로 채용한 산업은행의 신입행원 합격자 명단이 지방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1년 대졸 신입행원 공채 결과, 전체 100명의 합격자 중 절반인 50명이 서 씨처럼 지방대 출신이라고 30일 밝혔다. 올해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영남 25명, 충청·강원 13명, 호남·제주 12명을 합격시켰다. 산업은행이 2004년부터 가산점 부여 등 지방대 출신 우대정책을 펴온 결과 지난해까지 8년간 총 49명이 입행했는데, 이번에 50명이 들어오면서 단 한 번에 추월한 셈이 됐다. 올해는 지역할당제 덕분에 한국해양대와 창원대에서 산업은행 첫 합격자를 냈다.

지금까지 지방대생에게 금융회사의 벽은 너무 높았다. 서 씨 역시 금융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올여름 한국은행에서 주최하는 통화정책 경시대회 지역예선에서 우수상을 탈 정도로 실력을 쌓았지만 올해 신한, 국민 등 총 5곳의 금융회사에 낸 지원서가 모두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서 씨는 “같은 과 친구들도 창원 내 중소기업이나 지방은행에 취업하면 성공한 케이스”라며 “은행권 역시 공채가 아닌 텔러 직군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충북 청주대에 다니는 윤민준 씨(회계학과·24)도 산업은행의 지역할당제 혜택을 톡톡히 봤다. 윤 씨는 어릴 때 시신경을 다쳐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다. 책을 보거나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올해 초부터 은행과 대기업을 포함해 20여 군데 입사지원서를 냈으나 절반 이상 서류심사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윤 씨는 “지방대생인 데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그에게 8월 산업은행이 장애인 인턴제도라는 손길을 내밀었고 인턴 도중 은행 직원들의 권유로 공채시험에 지원해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윤 씨는 “인턴을 하면서 금융전문 인력이 청주에 내려와 지리도 익히기 전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곳 기업과 정서를 꿰뚫고 있는 지역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 합격한 산업은행의 지방대 출신들은 7년간 지역전문가로 일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수신기반을 넓히기 위해 지방 점포를 확대하고 지방대 출신 인재들을 늘리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7월 “서울 사람 뽑아다 지방에 내려 보내면 다시 올라올 생각만 한다”며 “현지 인력을 뽑아 쓰면 대출심사 같은 업무를 다른 지역 출신보다 훨씬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모교 출신 산업은행 합격자를 배출한 이천우 창원대 경제학과장은 “최근 지방대 학생들은 취업이 어렵다 보니 전공 수업시간에도 의욕이 없는데 산업은행 합격 소식 이후 학생들의 열의가 부쩍 높아졌다”며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지역할당제를 활성화하면 지방대와 학생들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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