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스펙 완전정복]<2>영화활동+철학… 비교과도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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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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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열-철학과] 연세대 ‘창의인재전형’ 합격한 김남윤 군

《‘죽음의 사각형.’ 대한민국 고교생을 압박하는 각박한 대입현실을 반영한 신조어입니다.
수능, 내신, 비교과, 논술까지 4대 요소를 모두 챙겨야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푸념이 섞인 말이지요. 팍팍해 보이는 입시제도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은 있습니다. ‘신나는 공부’의 ‘스펙 완전정복’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세요.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의 노하우와 입학사정관의 평가내용을 공개합니다.》

60 대 1의 사나이. 서울 인창고 3학년 김남윤 군(18)은 최근 30명 모집에 18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연세대 입학사정관전형인 창의인재전형으로 철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올해 신설된 이 전형은 고교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비교과 활동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 화제가 됐다. 김 군은 최종합격자의 약 3배수를 뽑은 이 전형의 1단계에서 우선선발 대상으로 선정될 만큼 비교과 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스펙 아닌 꿈을 쫓다… 영화는 나의 힘

‘가면’(시나리오), ‘꿈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시나리오), ‘살인마 윤1, 2’(각본·감독), ‘까망마루’(시나리오), ‘에드윅가의 악몽’(각본·감독).

김 군이 중고교 시절 작업한 영화 시나리오와 연출, 각본의 주요 목록이다. 전문가 수준의 작품은 아직 못 되지만 중학시절부터 꾸준히 영상제작 활동을 이어온 결과다. 김 군은 그림을 그리는 외할아버지와 비디오아트 사업에 종사한 외삼촌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영화, 음악, 미술 분야에 노출될 기회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을 보고 영화감독의 꿈이 싹트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영화 활동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다. 교내 방과후학교 영화만들기반인 ‘YN 엔터테인먼트’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만든 작품은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다. 고교에 와서는 ‘영화예술의 이해’ ‘영화인지이론’ 같은 영화 이론서도 섭렵했다.

● 영화, 철학을 만나다… 철학 공부하는 영화감독으로 차별화

그런데 철학과다. 왜 영화학과나 영상학과에 지원하지 않았을지 고개를 갸웃할 만도 하다.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진로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비교과 활동에 집중하기 마련인 까닭이다. 김 군은 창의인재전형의 포트폴리오인 ‘우수성 입증자료’에는 영화와 철학 분야 활동경험을 균형 있게 담았다. 철학 관련 활동에만 집중한 다른 지원자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비교과 활동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지원 학과와 직접 관련 없는 영화활동 스펙을 단순히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영화와 철학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 군은 “영화 제작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훌륭한 영화감독이 되려면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박찬욱(철학). 봉준호(사회학), 이창동 감독(국어교육학)이 다른 학문을 공부했다는 사실도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교시절엔 철학 관련 활동을 병행했다. 방과후학교에서 ‘고전강독’ 수업을 들으며 철학서적을 읽고 예술과 철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3D영화와 예술’ ‘현대예술과 영화의 내일’ 같은 글을 썼다. 인문학 책도 꾸준히 읽으며 에세이 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쓰기대회 최우수상, 효행에세이 최우수상, 백일장 운문부문 2위, 우수독서기록경진대회 2위 등의 교내대회 수상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올해 2월엔 ‘제15회 한국철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 내공으로 우뚝 서다… 논술·면접 벼락치기? 내공의 힘

창의에세이 시험은 비교과 활동과 함께 연세대 창의인재전형 합격을 위한 중요한 평가요소였다. 일부 수험생은 논술시험을 위해 단기간에 글쓰기 과외를 받기도 하지만 김 군은 특별히 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평소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험을 살려 영화적 구성에 철학적 사고를 녹여냈다.

비교과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아 우선선발 대상자가 된 김 군은 60분간 심층구술면접을 본 일반전형 학생들과 달리 30분간 지원동기와 이후 학업계획을 중심으로 한 질문을 받았다.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좋아하는 철학자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같은 질문에 비교과 경험을 바탕으로 큰 어려움 없이 답할 수 있었다.

김 군은 “제출한 영화작품과 에세이 포트폴리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진로를 빨리 결정해 수상경력이나 대회 참가에 얽매이며 조급해하는 대신에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한 경력이 합격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합격생과 똑같은 활동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입학사정관이 떴다]박정선 연세대 입학사정관

박정선 연세대 입학사정관
박정선 연세대 입학사정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입학사정관의 눈으로 비교과 활동 전략을 세우는 것이 대학 입학사정관전형 준비의 첫걸음이다. 입학사정관은 김남윤 군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박정선 연세대 사정관에게 물었다.

Q. 연세대 입학사정관전형인 창의인재전형의 선발 기준은?

A. 고교 내신과 수능 성적 같은 정량화된 수치가 아닌 학생의 잠재력을 살펴보고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추천서 △우수성 입증자료 △창의에세이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 점수를 종합평가했다. 특히 창의에세이와 비교과 활동이 중요한 평가요소였다.

창의에세이는 학생의 글을 통해 드러나는 사고력과 창의성을 중점적으로 봤다. 비교과 활동은 관심분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Q. 창의적 인재란?

A. 학생들은 창의성이라고 하면 뭔가 남들과 다른 튀는 활동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자신의 환경과 상황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구체적 결과로 연결하라. 거창한 활동이 아니어도 특정 상황 속에서 노력한 부분이 중요하다.

실제로 부모님이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한 지원자는 가게에 있는 케첩통의 케첩이 잘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과정과 결과를 소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Q. 김남윤 군이 합격한 이유는?

A. 영화와 철학 분야 활동을 꾸준히 했다. 철학과 영화제작의 연관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합격사례를 일반화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

학생들은 우수 사례가 소개되면 그 활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 환경과 상황에 적합한 활동이 더 중요하다.

Q. 입학사정관전형의 비교과 활동 준비 노하우는?

A. 대입만을 위해 쌓은 비교과 활동 스펙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비교과 활동에 진정성이 있었는지를 심층면접을 통해 알 수 있다. 대입을 위한 스펙을 쌓기보다는 내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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