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기상이변 덕?… 기상산업 1000억 시장 ‘활짝’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 10년새 25배 급성장… 수출 새 분야 각광

“오늘같이 쌀쌀한 날씨에는 뭐가 맛있을까?”

회사원 박모 씨(37)는 틈만 나면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린 날씨정보 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본다. 기온이나 강수량 등 기본적인 기상정보뿐 아니라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 ‘기온에 맞는 의상’ ‘습도와 피부 관리법’ 등 날씨와 연관된 생활정보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 박 씨는 “지난해부터 비나 눈이 갑자기 많이 오는 등 기상이변이 심해져 날씨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영업직이다 보니 지방 출장이 잦은데 이동할 목적지의 날씨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내비게이션도 개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기상청 ‘웨비게이션’ 서비스 예정

국내 기상산업이 최근 급격히 성장하면서 각종 기상정보 서비스가 늘고 있다. 왼쪽은 민간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의 스마트폰용 날씨
 애플리케이션. 오른쪽은 이 앱을 통해 날씨와 연관된 음식, 건강, 의상 등 각종 생활정보가 제공되는 모습. 케이웨더 제공
국내 기상산업이 최근 급격히 성장하면서 각종 기상정보 서비스가 늘고 있다. 왼쪽은 민간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의 스마트폰용 날씨 애플리케이션. 오른쪽은 이 앱을 통해 날씨와 연관된 음식, 건강, 의상 등 각종 생활정보가 제공되는 모습. 케이웨더 제공
박 씨의 희망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실제 내비게이션으로 이동 경로의 날씨 예보까지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내년 상반기(1∼6월)에 제공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내비게이션에 날씨 정보를 제공할 주파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는 12월 내로 마무리된다. 이후 만도위니아 등 국내 주요 내비게이션업체 2, 3곳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웨더(Weather)와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합친 ‘웨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케이웨더’ ‘웨더아이’ ‘웨더뉴스’ 등 날씨정보를 제공하는 민간 기상정보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기상청처럼 매시간 날씨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각종 생활정보를 기상정보에 접목해 발표한다. 민간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의 스마트폰용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기온, 강수량, 습도 등과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은 기온이 낮아 찹쌀떡 먹고 급체할 수 있다’ ‘오늘은 습도가 30% 이하로 건조하니 피부 관리를 이렇게 하라’ 등의 이색 정보가 제공된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15일 현재 약 200만 명이 내려받았다. 기상청 김회철 통보관은 “국내 기상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다채로운 기상정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산업이란 기상 관련 상품을 제조하거나 공급하는 산업으로 예보업 기상감정업 기상컨설팅업 기상장비업 등으로 나뉜다.

2000년 4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기상산업 시장은 2005년 145억 원, 2007년 290억 원, 2009년 443억 원, 2010년 644억 원 등으로 급팽창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시장규모가 435억 원을 기록해 연말이면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 기상이변 피해 줄일까

기상 전문가들은 국내 기상산업 시장이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말 실시된 기상산업진흥법으로 기상산업이 발전할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이 나온다. 2009년 이전에는 국가기관인 기상청 외에 민간사업자가 기상 예보를 일반인에게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관 경쟁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기상산업진흥법이 실시되면서 민간사업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보를 생산, 제공할 수 있게 된 것.

또 폭설 폭우 등 한반도 기상이변이 심해지면서 더욱 정확한 기상정보의 필요성과 기후를 정밀히 측정할 수 있는 기상장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점도 기상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실제 ‘웨비게이션’ 서비스가 내년 초 시작되면 올 2월 동해안 폭설 때처럼 도로에 차가 갇히는 상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대관령을 넘을 때 갑자기 폭설이 오면 과거에는 이를 미리 알 방법이 없었지만 웨비게이션을 통해 길 안내와 함께 차량이 이동하는 경로의 날씨 정보를 알게 되면 폭설 지역을 피해 운전할 수 있다.

대기업들도 기상정보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기상산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SDS는 기상 정보통신 인프라 환경 구축 서비스에, LG CNS는 기상장비 인프라 솔루션 등에 각각 투자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국 기상산업의 연간 매출만 2조2000억 원이나 되는 등 세계 기상산업 시장 규모는 수십조 원”이라며 “기상산업도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수출 분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