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 도로서 검출된 방사능, 아스콘 원료인 고철찌꺼기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8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아스팔트 도로 방사능 이상 검출 사건에 대해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로 포장재인 아스콘 원료 중 방사성 물질이 나온 원료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아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아스콘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합친 말로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인 아스팔트 5%와 골재 95%를 섞어 만든다. 골재는 암석을 분쇄한 돌덩어리와 돌가루를 일컫는다. 일부 아스콘업체에서는 철강·제강업체에서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돌가루와 함께 쓰기도 한다.

위원회가 유력한 방사능 검출 원인으로 꼽는 것은 고철 찌꺼기다. 골재로 쓰이는 암석은 방사능 피폭 지역에 있지 않은 한 인공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묻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스팔트도 원유 정제 과정에서 피폭됐을 가능성이 낮다.

고철의 25%를 수입하는 국내 철강·제강업체들은 고철을 전기로에서 녹이고 남은 찌꺼기를 고철 찌꺼기 취급 전문 업체에 판매한다. 업체는 이를 다시 아스콘업체에 납품한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진단기에서 쓰였던 고철이 수입돼 아스콘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골재나 아스팔트가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염된 고철로 분쇄기기를 만들었다면 이를 이용한 암석 분쇄 과정에서 골재가 피폭될 수도 있다. 원유 정제 설비 파이프에 오염된 고철로 만든 철강이 일부 들어간 경우 피폭된 아스팔트가 생산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제 설비 파이프에는 고철로 만든 철강이 극미량 들어갈 뿐 대부분 철광석을 녹여 만든 특수 철강이 사용돼 오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오염 원료를 밝혀낸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이 최초로 유래한 곳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철 찌꺼기가 원인이라면 찌꺼기 납품 업체를 조사한 뒤 이를 판매한 철강·제강업체를 역추적하고 고철 등 원료를 수출한 국가를 조사한 다음 해당 국가의 고철업체까지 조사해야 한다. 정제 설비가 문제일 경우에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종 생산품인 아스콘에서 문제가 생긴 다음에 이를 역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원료 수입 단계부터 방사능 검사를 하는 것만이 해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고철 등의 원료 수입 시 방사능 전수 검사는 하지 않는다. 내년 7월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이 발효되면 공항과 항만으로 들어오는 고철 등 방사성 물질 함유 의심 원료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의무화된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비상대책위원장은 “법이 시행되더라도 전문 장비, 인력을 확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전수조사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