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성화대 주변 상가 절반 폐업… “지역 자부심도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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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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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교대학 인근 주민들 한숨

7일 퇴출이 결정된 전남 강진군 성전면 성화대 인근 상가는 썰렁했다. 문을 닫은 점포에는 임대하겠다는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강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7일 퇴출이 결정된 전남 강진군 성전면 성화대 인근 상가는 썰렁했다. 문을 닫은 점포에는 임대하겠다는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강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8일 낮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평리 삼거리 2층 건물. 최근 폐교가 결정된 성화대 앞에 위치한 건물로 상가 11곳 가운데 6곳은 이미 폐업했다. 인근 오락실 미용실 당구장 등 상가 30여 곳 중 절반가량도 이미 문을 닫았다. 그나마 영업을 하고 있는 카페나 문구사에도 ‘임대합니다’라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최치현 제일약국 약사(69)는 “10년 전에는 대학 앞이라고 가게가 평당 3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5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마저도 매기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지역 경제 침체 늪에 빠져


성화대 정문에 인접한 한마음분식. 10여 m²(약 4평) 넓이 내부에는 5개의 테이블이 있었지만 점심시간에도 손님은 없었다. 주인 최윤경 씨(40·여)는 “올봄부터 성화대가 폐쇄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하루 평균 20만 원 되던 수입이 2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성화대가 폐교되면 지역 경제가 죽을 것”이라며 “상인들이나 학생들 모두 불쌍한 처지인 것 같다”고 했다. 성화대 강의실에서 만난 이모 씨(19·태권도학과 1학년)는 “다른 대학으로 편입돼 수업을 받게 되면 무시를 당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성화대 재단 측은 폐교 결정에 대한 공식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진군 주민들도 깊은 충격에 빠졌다. 성화대는 주민 4만785명이 사는 강진 지역의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이었다. 이곳은 시골이었지만 성화대가 들어선 뒤 자장면이나 피자 등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수시로 다닐 정도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폐교와 함께 활기가 사라진 시골 마을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난 주민 최태호 씨(63)는 “성화대가 개교했을 때는 군 지역에 대학이 들어섰다며 주민들이 모두 환영했다”며 “군과 주민 모두 많은 지원을 했는데 폐교된다고 하니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 강진군민의 마지막 호소


강진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10여 명은 15일경 교육과학기술부로 가 ‘이사장 등 재단 관계자들을 모두 교체하고 성화대 폐교만은 하지 말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폐교가 결정된 전남 순천시 별량면의 명신대 분위기도 비슷했다. 명신대는 순천에서 보성군 벌교읍으로 넘어가는 국도에서 1km 정도 떨어진 야산에 자리하고 있다. 학교 앞 진취마을에는 상가는 전혀 없었고 18가구만 살고 있었다. 신광호 진취마을 이장은 “학교가 문을 닫는다고 해 마을 전체가 어수선하다”며 “모든 문제가 하루빨리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시도 명신대 폐교 이후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00여 명의 재학생이 떠나면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학생 대부분이 타 지역에서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파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폐교 건물 골칫거리 될 듯


부실 대학의 퇴출로 대학 건물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2000년 폐교된 전남 나주시 남평읍 교촌리 광주예술대 건물 2개동도 11년째 방치되고 있다. 재단 측 관계자는 “광주예술대가 폐교된 이후 건물 재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예술대 건물 재활용 문제는 총선 때마다 이슈가 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대책이 나오지 않은 채 잊혀진다고 한다. 남평읍 소재지에서 만난 강모 씨(56)는 “폐교된 대학 대신 다른 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주민들 바람”이라고 말했다. 2008년 폐교된 아시아대 학교 건물은 다행히 다른 대학에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폐교가 결정된 명신대 건물도 본관 등 4개동의 재활용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명신대를 운영하는 신명학원은 전남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곧바로 법인 해산을 하기는 어렵다.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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