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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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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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수학이자 세상을 보는 창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는 서정주 시인의 유명한 시구를 패러디한다면 ‘나의 생각을 키운 건 8할이 신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필자가 신문 읽기로부터 많은 점을 얻었다면 의아해하겠지만 수학에서 필요로 하는 사고력은 신문 읽기를 통해 기를 수 있다.

수학 문제 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증명’의 본질은 명백하고 기본적인 사실을 토대로 논리적 추론을 거쳐 새로운 명제를 연역하는 데 있다. 신문에 나온 기사 중에는 사실적 정보만 열거한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정보에 의거해 논리적 판단을 내리고 해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는 수학의 증명과 그리 다르지 않다.

신문 역시 확증된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기사를 게재한다.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심층 분석 기사가 나온다. 편의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하는 황색 저널리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결코 접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수학과 신문은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다.

신문 읽기는 필자에게 수학을 연구하는 사고의 기본 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세상을 바라보고 교류하는 창이 된다. 인터넷 역시 갓 잡아 올린 팔팔한 생선처럼 생동감 있는 세상을 보여주면서 속보성까지 갖췄지만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기사는 낚시성 제목으로 사실을 호도하거나 사건을 선정적으로 혹은 피상적으로만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 신문의 기사를 그대로 가져온다 하더라도 종이신문으로 읽는 일과 같을 순 없다.

어려서부터 정신이 명징한 새벽 시간이면 커피 향과도 같은 신문의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열었던 필자에게 종이신문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필자 역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문을 읽기도 한다.

동일한 칼럼이라도 종이신문으로 정독할 때와 스마트폰 화면으로 읽을 때는 큰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종이신문이 제공하는 차분한 사유의 공간을 찾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인터넷신문과 종이신문은 각각 인스턴트식품과 슬로푸드다.

인스턴트식품이 넘쳐나는 가운데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도시의 분주함에서 탈피한 슬로시티가 각광받듯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홍수 속에서 사고의 중심을 잡아주는 종이신문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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