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가 골목길서 방사능 이상검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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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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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주택가 정밀조사 2일 서울지역 평균의 20배가 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들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월계동 주택가 정밀조사 2일 서울지역 평균의 20배가 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들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 1일 오후 7시 20분경 방사능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으로 알려진 한 시민이 서울 노원구 월계2동의 한 아파트 앞 이면도로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시간당 3000nSv(나노시버트)가 나왔다며 119에 신고했다. 서울지역 대기의 평균 방사능 수치인 시간당 140nSv보다 20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기술원)은 현장조사를 한 뒤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 5일쯤 조사결과 발표

기술원은 2일 오전 11시 30분경부터 3시간가량 문제 지점을 정밀 조사했다. 연구원들은 이면도로를 100m가량 통제하고 일대 26개 지점에 대해 간이 측정기를 이용해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수치가 가장 높게 나온 5곳은 핵종측정기와 선량측정기로 정밀 측정을 진행했다. 도로 아스팔트를 분석하기 위해 시료 채취도 했다.

조사 결과 방사능 검출량은 시간당 1400nSv였다. 기술원은 “하루 1시간씩 해당 지점에 1년간 서 있어도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밝혔다. 또 누적 피폭 선량이 5억 nSv 이상이어야 혈액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원은 오래된 아스팔트 지점에서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난 점 등으로 미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재료를 쓴 아스팔트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한다. 아스팔트를 만들 때 섞는 고철 찌꺼기, 돌 등의 골재 원재료 중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재료가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원은 시료를 정밀 분석한 뒤 이르면 5일경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


기술원의 발표에도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에서 방사능이 확산돼 서울 전역을 덮친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온다. 이날 정밀조사 현장에 있던 중학생 김수경 양(15)은 “이제 다 끝장이다. 이제 여기서 어떻게 사느냐”며 불안해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표정은 더 어두웠다. 주민 김충식 씨(43)는 두 살 된 쌍둥이가 방사능 검출 지점으로 다가가자 황급히 뛰어가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이러느냐”며 아이의 손을 잡아채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문가들은 일본 방사능 확산설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서 확산된 것이라면 지형적으로 가까운 동해안에서 먼저 검출됐어야 한다는 것.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송종순 교수는 “전국 환경방사능측정소에서 매일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서울에서 측정됐을 정도라면 이미 전국적으로 검출됐어야 맞다”고 말했다.

세슘 137은 과거 미국과 중국의 핵실험으로 인해 빗물과 먼지에 섞여 주변에서도 흔히 검출되는 동위원소여서 미량이라면 전혀 위험할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황주호 교수는 “1980년대 대만의 한 아파트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철근을 건축 자재로 썼다가 방사능이 검출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건은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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