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전·의경 제도 폐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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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 개선 노력 미흡”… 직업경찰관으로 대체 권고

부대 내 상습 구타와 가혹행위로 문제가 돼 온 전·의경 제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25일 경찰청에 “구타와 가혹행위 예방을 위한 대책과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직업경찰관에게 전·의경 업무를 대체시키라”고 권고했다.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전·의경 제도 폐지에 따른 예산 지원 및 인력 충원 조치를 주문했다. 2007년과 2008년 인권위의 ‘전·의경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제도 개선 권고’ 이후 경찰의 개선 노력이 있었지만 권고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반복적인 구타로 혈액암이 발생해 사망한 충남지방경찰청 박모 의경 소속 부대 △신입대원들이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집단 이탈한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307전경대 △부대 복귀를 앞두고 자살한 의경 소속 인천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등 3개 부대에 대해 직권 조사를 벌인 결과 상습적 구타 사실이 확인돼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6월 숨진 박 의경은 2009년 6월 당진 현대제철 시위 진압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버스 안에서 선임병들로부터 얼굴과 머리를 구타당하는 등 2009년 5월부터 12월까지 26차례에 걸친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인권위는 전투경찰대설치법상 전·의경의 주요 임무가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는 것인데도 시위진압에 주로 동원되다 보니 가혹행위가 자주 발생한다고 봤다. 특히 전경은 육군 현역으로 입대하고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훈련소에서 강제 전환 복무되고 있고 의경 역시 경찰 업무보다 시위진압 부대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부적응자가 발생한다는 것. 정상영 인권위 조사관은 “입법 취지에 관계없이 진압 임무를 주로 맡다 보니 부대 내 군기와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를 수밖에 없다”며 “시위 진압은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직업 경찰관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2007, 2008년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전·의경 수를 줄여온 데 이어 내년부터 전경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2008년 이후 전·의경 정원은 1만8000명이 줄어 현재 2만3000명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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