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상장비 수가인하 절차상 무효”… 환자부담 오늘부터 최고 29%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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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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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복지부에 1심 승소… 허리 MRI 4만원 추가 부담

보건복지부가 5월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양전자단층촬영(PET) 장치 등 영상장비의 수가를 인하했지만, 병원들이 다시 올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홍도)는 21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45개 병원이 영상장비 건강보험 수가를 내리도록 만든 고시를 취소하라며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령상 복지부가 영상장비 수가가 포함된 상대가치점수를 직권으로 조정하려면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이면서 2심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수가 인하의 효력이 정지돼 환자들은 전과 같은 수준으로 부담해야 한다. 판결문이 송달되는 22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뇌 CT 수가가 8만1150원에서 9만5160원으로 오르면서 환자 본인부담금(60%)도 4만8690원에서 5만7096원으로 1만 원 정도 늘어난다. 허리 MRI 촬영의 경우 수가가 15만7660원에서 22만4410원으로 올라 환자 본인부담금(60%)은 9만4596원에서 13만4646원이 된다. 다만 5월 이전의 진료에 대해 소급 적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영상장비 진료비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더 많아 실제 환자부담은 이보다 높다. 병원별로 또 촬영부위별로 CT는 20만∼50만 원, MRI는 30만∼70만 원, PET는 80만∼130만 원이다.

이번 판결로 건강보험 재정절감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5월부터 CT는 14.7%, MRI는 29.7%, PET는 16.2%를 인하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1291억 원, 환자 부담이 387억 원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가 절차상의 문제로 소송에서 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의료행위전문평가위를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정책이 수십 건에 이르므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관은 “2001년 이후 수가를 조정(대부분 인상)할 경우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병원협회 이상석 상근부회장은 “영상수가 인하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고, 수가 인하 근거가 희박했던 점을 법원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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