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35년만에 영산강 뱃길 활짝…영산포구 옛 명성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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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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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영산강 하구언 준공과 함께 뱃길이 중단된 지 35년 만에 영산강 나주구간 뱃길이 열렸다. 17일 오전 유람선 왕건호가 영산대교 밑을 통과하고 있다. 나주시 제공
1976년 영산강 하구언 준공과 함께 뱃길이 중단된 지 35년 만에 영산강 나주구간 뱃길이 열렸다. 17일 오전 유람선 왕건호가 영산대교 밑을 통과하고 있다. 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시 영산포는 구한말 목포항 개항과 함께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전진기지로 활용된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정미소 포목점 어물전 등이 들어서 상업이 융성했지만 호남선 철도 개통 등으로 뱃길의 역할이 없어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과거 전남 서남부지역의 상업요충지였던 영산포구가 부활하고 있다. 영산강 하굿둑 준공과 함께 끊겼던 영산강 내륙 뱃길이 35년 만에 다시 열리고 음식과 근대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거리가 조성되는 등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 ‘왕건호’ 나주 승천보까지 운항


17일 오전 영산포구에 97t급 규모의 유람선 ‘왕건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건호는 고려시대 초기 서해와 영산강을 오르내리며 물산을 실어 날랐던 고대 한선(韓船)을 복원한 목선(木船). 나주시 관계자를 태운 왕건호는 다시면 석관정 나루터를 출발해 최근 완공된 죽산보 통선문을 거쳐 26km 떨어진 나주시 노안면 승천보까지 운항했다. 유람선이 영산강 뱃길 운항에 나선 것은 1976년 영산강 하굿둑 준공으로 뱃길이 끊긴 지 35년 만이다.

이날 운항은 22일 예정된 승촌보 개방행사를 앞두고 수심 체크 등을 위한 것이다. 운항 결과 수심이 최고 10m에서 평균 5m 안팎으로 사계절 선박 운항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산강사업으로 추진된 죽산보 준공에 따라 담수능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영산강 나주 구간에는 영산포 선창 등 11개 나루터가 있다. 11개 나루터 중 규모가 큰 영산포구는 200t급 선박까지 접안이 가능토록 시공돼 영산강 내륙 뱃길의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훈 나주시장은 “이르면 내년 초 왕건호가 영산강 나주 구간을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영산포 강변 따라 홍어 거리 정비


영산포는 영산강 하굿둑으로 뱃길이 막히기 전까지 홍어의 집산지였다. 홍어산지는 본래 신안군 흑산도였지만 삭힌 홍어를 처음 선보인 곳은 영산포였다. 홍어를 배에 실어 영산강 뱃길을 따라 올라와 닻을 내리면 그사이 자연 발효된 홍어가 독특하고 절묘한 맛을 냈다. 이 때문에 영산포에는 지금도 홍어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 30여 곳이 영업을 하고 있고 매년 홍어축제도 열린다. 나주시는 영산포를 음식과 근대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홍어의 거리를 정비하고 근대 포구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내년 3월에 착공할 계획이다. 영산포 강변을 따라 조성된 홍어거리에 식도락거리를 만들고 옛 조선 식산은행 영산포지점에는 영산포 개항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영산포 근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부두 인근에는 죽전거리를 조성하고 일본인 지주 저택은 원형을 복원해 숙박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홍어도 산업화된다. 농림수산식품부 향토산업 육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2012년까지 30억 원을 들여 홍어 가공식품 및 브랜드, 기능성 식품 개발, 유통시설 현대화 등 명품화사업을 벌인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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