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망치려나”… 부산 ‘5차 희망버스’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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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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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식 부산시장(오른쪽)과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이 26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예정된 제5차 희망버스 행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허남식 부산시장(오른쪽)과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이 26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예정된 제5차 희망버스 행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희망버스 집회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강행된다면 부산 시민에게는 절망버스가 될지도 모릅니다.”

전국 진보 사회단체와 노동단체가 다음 달 8, 9일 부산에서 5차 희망버스 집회를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이 기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10월 6∼14일)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형 도시인 부산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경우 교통마비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 상당한 이미지 실추도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시의회는 26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허남식 부산시장과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이 5차 희망버스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부산의 자존심인 BIFF 성공과 한진중공업 노사의 자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제5차 희망버스’ 행사를 중단해 달라”며 “BIFF 기간 중 대규모 거리 집회를 할 경우 차량 정체와 도시 마비현상으로 극심한 혼란과 안전사고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많은 영화인과 관람객의 불편은 물론이고 도시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이어져 국제적 망신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BIFF 기간 부산에는 국내외 유명 배우와 감독 등 1만여 명의 영화인과 19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회 기간인 다음 달 8, 9일은 BIFF 시작 첫 주말이라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마다 BIFF 기간에 행사 및 질서담당 전·의경 3000여 명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경찰력 분산이 불가피해 행사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BIFF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상을 초월한다. 26일 영화제 예매 전용사이트를 통해 시작한 BIFF 개막작 ‘오직 그대만’ 예매는 7초 만에 끝났다. 이는 지난해 세운 18초의 기록을 경신한 것. 폐막작 ‘내 어머니의 연대기’도 1분 23초 만에 온라인 예매분 1500장이 매진됐다. 이 역시 지난해 3분 58초 기록을 크게 앞당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5차 희망버스 행사가 부산역과 영도를 중심으로 열리면 부산 전역이 축제 분위기로 들뜨는 영화제 특성상 전체 행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야경. 29일 개관하는 영화의 전당은 길이 162.53m, 너비 60.8m로 초대형 지붕 2개에 설치된 LED 조명이 환상적인 경관을 선사한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야경. 29일 개관하는 영화의 전당은 길이 162.53m, 너비 60.8m로 초대형 지붕 2개에 설치된 LED 조명이 환상적인 경관을 선사한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1차(6월 11, 12일), 2차(7월 9, 10일), 3차(7월 29, 30일) 희망버스 행사 때는 참가자들이 부산역에서 남포동과 광복동 인근 도로를 이용해 영도로 진입하면서 이 일대가 극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서면과 해운대로 이어지는 도로까지 연쇄적으로 막혔다. 2차 행사 때는 영도 일대가 쓰레기와 악취로 뒤덮여 주민들의 생업과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에 앞서 부산상공회의소도 22일 부산상공인 공동성명서를 통해 “제5차 희망버스 행사는 한진중공업과 지역사회 전체에 또 한 번의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중단을 요청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위치한 부산 영도구의회도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소속 의원을 제외한 구의회 공동성명에서 “외부세력에 의해 영도가 유린당하는 모습을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1∼3차에 이어 5차 행사가 영도에서 열리면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도 “생업과 생활에 피해를 안겨주는 희망버스는 ‘절망버스’”라며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지난해 12월 사측의 구조조정에 대해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노사는 6월 27일 파업 철회를 조건으로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서명했지만 핵심 사안인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금속노조가 개입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월부터는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금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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