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 1명당 권리금 500만원… 어린이집 매매 ‘과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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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 원아 39명. 월 매출 1500만 원. 권리금 1억3000만 원. 아파트 밀집지역에 위치했으며 평가인증을 통과했습니다. 풍부한 자원으로 원아모집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기 ○○시. 원아 70명. 월 매출 3400만 원. 권리금 1억 원. 최근 개보수를 해서 깨끗합니다. 3세 이하 대기자 많습니다. 순이익 높습니다.’

어린이집 매매에 수천만∼수억 원의 권리금이 오가는 등 어린이집 매매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급식이 부실해지거나 보육교사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26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 전현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시에서 이뤄진 어린이집 매매 건수는 모두 1574건이었다. 2008년 1001건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지만 어린이집 거래는 호황을 맞는 셈이다. 지난해 어린이집 대표자가 2회 이상 바뀐 곳도 총 126곳이다.

어린이집 매매 중계사이트에는 권리금이 최대 2억 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이 어린이집은 원생이 40명으로 어린이 1명당 권리금이 500만 원인 셈이다. 원장 1명이 어린이집 23곳을 운영하며 돈벌이를 하기도 한다. 2개 이상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은 모두 2355명이나 됐다.

이처럼 어린이집 권리금이 치솟는 이유는 정부가 보육비 무상 지원을 확대하면서 어린이집을 찾는 어린이가 늘어났지만 새로 문을 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면서 설립절차가 까다로워진 것.

전 의원은 “어린이집 운영자가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보조금을 챙기다 보니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급식이나 시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매매 시 권리금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예산은 올해 19억8200만 원으로 2008년(99억1100만 원)의 4분의 1수준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가 16만8153명에 달하는데도, 어린이집 신축 예산은 오히려 깎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육료가 저렴하고 서비스 질이 높은 국공립어린이집은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시설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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