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규 前서울대 교수, 에티오피아 국립대 총장 취임하게 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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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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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후 할 보람있는 일 고민중… 阿, 이거다!”

한국인 최초로 아프리카 국립대 총장이 된 이장규 전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왼쪽 사진)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난에서
벗어나 보자며 똘똘 뭉친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보고 총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에티오피아 아다마국립대 전경.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아다마대 홈페이지
한국인 최초로 아프리카 국립대 총장이 된 이장규 전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왼쪽 사진)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난에서 벗어나 보자며 똘똘 뭉친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보고 총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에티오피아 아다마국립대 전경.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아다마대 홈페이지
“30년 가까이 강단에 서다 정년을 맞으니 공허했습니다. 무슨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제안을 받고 선뜻 받아들였습니다.”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대학 총장으로 다음 달 1일 취임하게 된 이장규 전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65)는 19일 정년퇴임식 직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항법유도제어 전문가인 이 전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지 연구소에서 일하다 1982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1995년부터 전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달 정년퇴임했다.

이 전 교수가 총장으로 취임할 대학은 과학기술 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려는 에티오피아 아다마국립대. 1993년 공업전문학교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아다마대는 아디스아바바대에 이어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큰 대학으로 학생이 2만여 명, 교수는 1000여 명에 달한다.

이 전 교수가 아다마대 총장 제의를 받은 것은 올해 6월 초였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정책자문을 맡고 있던 최영락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전문교수가 아다마대 이사장인 도시부(civil service) 장관에게 그를 추천한 것이다.

갑자기 받은 제안이라 처음에는 당황했다.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것도, 아프리카를 방문한 적도 없었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아다마대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남쪽으로 100km나 떨어진, 한국인은 전혀 없는 낯선 곳이다. 그러나 이 전 교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아내도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디면 어떻겠느냐”고 남편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 전 교수는 아내와 함께 6월 말 에티오피아의 정부 관계자, 대학 구성원들을 만난 뒤 흔쾌히 총장직을 수락했다.

이 전 교수는 “에티오피아의 대학들은 (65학번인 내가) 대학 다닐 때 모습 그대로였다. 정부 지도자들과 대학 관계자, 학생들 모두 가난에서 한번 벗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학생 선발권을 제외한 대학 운영의 전권을 보장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전 교수는 5년 동안 아다마대를 이끌게 된다. 첫 3년은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내기 위한 기본 골격을 만들고, 나머지 2년은 대학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가장 큰 난관은 교수들의 수준. 현재 아다마대 교수 1000여 명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50명 정도에 그치고 학사 출신이 절반 이상이다. 이에 따라 그는 교수들의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서울대 등 국내 대학 교수들이 일정 기간 아다마대에서 강의하고, 그곳 교수들을 우리나라로 보내 교육받도록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또 한국의 기업들이 에티오피아에 진출해 산학(産學)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복안도 있다.

이 전 교수는 “아프리카의 첫 한국인 총장인 만큼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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