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형량 10% 높이면 강력범죄 4% 줄어들어”… 대검 양형관련 보고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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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범죄자에게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다른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뇌물수수범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강력 및 재산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선고 형량을 10% 높이면 해당 범죄는 4%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2010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은 사건 623건 가운데 양형기준에 따라 적정 형량을 선고한 사건은 484건(77.7%)에 그쳤다. 1기 양형기준 대상범죄(살인 뇌물 성범죄 강도 횡령·배임 위증 무고)의 지난해 평균 양형기준 준수율(90.6%)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7개 대상범죄 가운데 뇌물 사건의 양형기준 준수율이 가장 낮았다. 무고 사건의 준수율이 96.9%로 가장 높았다. 이어 △횡령·배임 94.3% △위증 90.6% △강도 90% △살인 89.9% △성범죄 86.6% 순이었다.

양형기준을 지켰더라도 양형기준에 명시된 형량구간 중 가장 낮은 형량을 선고한 뇌물 사건이 41.7%(202건)나 됐다. 전체 뇌물 사건의 22.3%인 139건은 아예 양형기준을 벗어나 더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 중 양형이유를 판결문에 적지 않은 사건도 66건이나 됐다.

또 대검찰청이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정욱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양형이 범죄억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형량을 10% 높여 선고할 경우 강력범죄(살인 폭력 강간 방화)와 재산범죄(사기 횡령 배임 공갈)를 합친 주요 범죄의 발생건수는 3.9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1976∼2009년 발생한 강력범죄 22만9810건과 재산범죄 509만3508건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국내 범죄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양형과 범죄 발생건수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범죄에 대한 체포율과 기소율을 1%씩 높일 때는 범죄 발생건수가 각각 0.98%, 0.96% 감소했다. 강력 범죄만 따졌을 때도 형량을 현재보다 10% 높일 때 범죄건수가 4.65% 감소하고 기소율이 1% 높아지면 범죄건수는 1.11% 줄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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