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대표 지성, 인천을 말한다]<1>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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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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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대화, 황해문화… 36년 인천정신의 뿌리”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천은 동아시아의 지중해로, 통일시대 한반도의 주역이며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천은 동아시아의 지중해로, 통일시대 한반도의 주역이며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동아일보가 인천을 지키는 각계 원로와 지성들을 찾아갑니다. 인천과 인천인에 대한 애정을 담은 따뜻한 제언을 통해 지역 전반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해 보려고 합니다. 그들 삶의 궤적에서 나오는 지혜는 독자에게 교훈과 감동을 줄 것입니다. 시리즈는 격주로 목요일에 싣습니다.》

그를 말할 때 인천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인천을 이야기할 때도 그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74)이다. 1937년 인천에서 태어나 4·19 세대로는 유일하게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노동운동가로, 80년대에는 지역운동가로, 90년대 이후엔 문화운동가로 지역을 지켜온 ‘인천의 자존심’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일이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시절 그는 청와대 접견을 통해 노동자 자녀를 위한 장학기금으로 15억 원을 받아냈다. 1976년에 노조 스스로 새얼장학회를 만들었다는 말에 박 전 대통령은 3번이나 “정말 노조에서 근로자 자녀를 지원하느냐”고 묻고 선뜻 통치자금을 내놓은 것이다. 이 돈은 후일 한국노총 장학재단의 종잣돈이 됐다.

그는 70년대 자동차노조운동을 하면서 도로교통법을 연구하고 법규를 지키는 버스파업을 해 준법투쟁의 효시로 꼽힌다. 그는 “노조가 노동3권이 있다고 전가의 보도처럼 쓰지 말아야 한다”며 “파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더 고민해야 한다. 시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볼지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해 보면 반드시 다른 길이 있다”고도 했다.

1980년 산별노조가 해체되면서 그는 1983년 지역운동으로 눈을 돌렸다. 장학회도 ‘시민의 힘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세운 뒤 ‘새얼문화재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그러나 그의 뜻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천에 무슨 정체성이 있다고…”, “제대로 된 인물도 없는 인천에서 무슨…”이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그는 끈기로 이런 말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갔다. 그 결과 새얼재단은 36년간 인천시민사회의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회원은 1만 명이 넘고 지금까지 5600여 명에게 21억9000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가곡과 아리아의 밤’은 27년째, ‘국악의 밤’은 2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계간 ‘황해문화’는 18년째로 통권 70호를 발간한, 지역에서 나오는 유일한 전국지이다. 또한 26년간 동아일보의 후원을 받아 진행해 온 ‘새얼문예백일장’은 명실상부한 문예학도의 등용문이 됐다.

인천에서는 “자신을 알리려면 ‘아침대화’에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1986년 4월부터 25년 동안 새얼재단의 아침대화는 인천의 대표적인 지성포럼으로 성장했다. 매달 한 번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방식으로 올해 3월 300회를 돌파했다.

“공공성을 가지고 진보 보수 모두 참여하는 국내 유일한 모임이라고 자부합니다. 일종의 자율적인 소통의 공간이지요.” 이곳을 거쳐 간 역대 강사는 정치인 장관 고위공직자 교수 등 각계 전문가를 망라한다. 내년에는 여야 대통령후보도 불러 인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을 예정이다.

새얼재단은 1992년에 인천 출신으로 일제 폭압 속에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일깨웠던 고고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동상을 세웠고 2000년엔 작곡가 최영섭과 시인 한상억의 통일 염원을 담은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를 건립했다. 그가 요즘 죽산 조봉암 선생의 명예 회복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것의 일환이다.

“죽산 추모와 동상설립 추진은 후배들이 선배의 오명을 벗겨주는 것입니다. 동상세우기 운동에 현재 6억 원이 모였습니다. 모두 구전(口傳)으로 시민들이 모은 정성이지요. 타 지역시민단체에서 어떻게 민관, 여야. 보혁 모두가 참여하는 추모 사업이 가능하냐고 묻더군요. 인천의 힘이지요. 1899년 한 해에 장면 김활란 조봉암이 인천에서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이들이 인천의 대표인물 아닙니까. 고향 어른을 귀감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그는 인천시정에도 일침을 놓았다. “인천은 물류의 중심지로, 동아시아의 지중해로, 통일시대 한반도 주역이고 세계의 중심이 될 겁니다. 정치는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뻐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오게 함)’라고 했습니다. 시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시민이 뭘 원하는지를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에게 인천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인천은 나의 모든 것이고 꿈입니다. 인천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천은 모든 사람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인천에서 10년 이상 살았고 인천에서 학교 나왔으면 모두 인천사람이지요. 함께 사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말합니다. 인천이 잘되려면 여러분이 먼저 잘돼야 합니다. 스스로가 자긍심을 갖고 우뚝 서야 합니다.”

박선홍 기자 su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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