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투어]메밀꽃 필 무렵, 봉평에서 추억과 문학을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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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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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창의적 체험’ 어디로 떠나볼까

《“벌써 가을바람이 느껴지네. 강원도에는 메밀꽃이 한창일 거야.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읽어봤어?”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안 읽은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럼 안 읽은 거나 다름없네. 이참에 봉평에 다녀올까? 엄마도 소설 속에서만 봉평을 만났지,

못 가봤어. 미리 책을 읽고 가자.” “어느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에요?”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지.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길을 묘사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어. 한편의 시를 보는 느낌이랄까.”

1936년에 발표된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 허생원과 조선달, 동이가 엮어가는 사랑과 본능,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한국적 삶에 관한 이야기다. 달빛 속 소금을 뿌려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길을 걷는 대목이 백미. 소설의 무대인 강원 평창군 봉평에서는 9월 ‘메밀꽃축제’가 열린다.》
○ 봉평에는 왜 메밀음식점이 많을까?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생가를 복원한 모습. 소설의 무대인 강원 평창군 봉평에서는 9월 ‘메밀꽃축제’가 열린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생가를 복원한 모습. 소설의 무대인 강원 평창군 봉평에서는 9월 ‘메밀꽃축제’가 열린다.
봉평에 접어들자 메일을 재료로 한 음식점이 반긴다. 문학의 힘이다. 이효석문학관(강원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은 언덕배기에 있었다.

“작가 선생님이 저기 계시네.”

문학관 정원에 있는 동상이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았다. 작가는 책상 앞에 앉아 축음기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작가와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은 위 문학관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작가가 이렇게 빨리 죽었어요? 1907년에 태어나 1942년에 죽었대요.”

연보를 보던 훈이가 말했다. 뇌막염에 걸려 우리나이로 서른여섯 살에 세상을 떴으니 놀랄 만도 하다.

“일찍 죽었을 때는 ‘요절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좀더 근사하지. 작가와 같이 활동했던 시인 이상은 스물여덟에 요절했어.”

연보가 끝나는 곳에 ‘메밀꽃 필 무렵’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족자처럼 걸려 있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부분 잘 읽어둬. ‘메밀꽃 필 무렵’의 하이라이트거든.”

“엄마,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뭘까요? 달도 숨을 쉬나요?”

“시적인 표현이지. 달의 숨소리가 짐승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표현이 아닐까? 메밀꽃밭으로 내려앉는 달빛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도 들어.”

‘메밀꽃 필 무렵’의 이해를 돕기 위한 디오라마가 있었다. 허생원이 물레방앗간에서 우는 성서방집 처녀를 만나는 장면과 물에 빠진 허생원을 동이가 업고 가는 장면, 세 사람이 달빛 아래 메밀밭을 지나는 장면이다.

“아들, 허생원이 성서방집 처녀를 만나는 장면을 잘 봐. 책임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거야. 남자든 여자든 자기 행동에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해.”

전시실에는 이효석의 작품이 발표된 신문이나 잡지, 책, 육필원고 등이 있어 작가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1930년대 후반 평양에서 활동하던 모습을 복원한 창작실에는 작가의 생활과 성격을 엿보게 하는 소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크리스마스를 알려주는 성탄트리와 프랑스 여배우의 흑백사진, 축음기와 피아노가 있었다.

“이건 숭실전문학교(현 숭실대) 교수로 취임하면서 살았던 집안을 보여주는 전시물이네. 작가는 커피와 고전음악을 즐긴 서구적 취향의 보헤미안이었다고 할 수 있어. 보헤미안이라고 들어봤어? ‘메밀꽃 필 무렵’은 생활이 안정되고 사회적으로도 유명해졌던 이 시기에 나온 작품이야.”

○ 봉평 메밀꽃이 활짝 피는 시기는?

문학관을 나와 작가의 생가터로 향했다. 생가에는 ‘작가의 아버지가 집을 팔고 이사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내부를 공개할 수 없으니 양해해 달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여기서 작가가 태어났구나. 이 두메산골에서 서울대로 진학했으니 대단한 수재였지. 작가는 8세 때 이곳에서 40여 km 떨어진 군 소재지 초등학교로 유학을 떠났대. 초등학교를 마치고는 바로 서울로 공부하러 갔고. 대단하지?”

소년 이효석은 봉평과 평창을 오가면서 물레방아 옆을 지나고 징검다리를 건넜다. 장터를 지나면서 주막집을 보았고 메밀밭을 지나 고개를 넘었다. 그는 고향에서 자연을 배웠다. 하늘과 바람과 들판은 그의 문학적 토양이 되었다. 생가터 옆에는 음식점이 있었다. ‘9월 축제 중에는 밭에 메밀꽃이 피니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친절한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작가가 살던 당시 집을 복원한 ‘복원생가’는 근처에 있었다. 앞뒤로 방이 달린 목조 8칸 양반가의 모습. 산골이지만 꽤나 살림이 있는 집이었던 모양이다. 주차장 근처에는 당나귀를 가져다 놓고 분위기를 돋웠다.

“엄마, 메밀꽃이 잘 안 보이는데요. 문학관이나 생가터에서도 안 보였어요.”

“원래 메밀꽃은 7∼10월에 피지만 여기서는 개화시기를 9월 ‘효석문화제’에 맞춰놓았기 때문이야.”

“그럼 9월에 한 번 더 올까요.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들리는지 확인도 하고.”

조옥남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교육’ 공동저자     

■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밤길 봉평 체험 포인트!

▶교과와 연계된 체험활동 목표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읽고 이해하기

-강원 봉평에서 소설 속 분위기 체험하기

-장돌뱅이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

▶아빠, 엄마와 함께할 만한 추천활동

-허생원과 동이가 되어 대화 나누기

-허생원과 동이가 되어 업어주는 체험하기

-한밤중 메밀꽃길 걸으면서 소감 말하기

-메밀꽃 관찰한 뒤 표현하기

▶+α 탐구활동

-동이에게 편지쓰기

-산촌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아보기

-전통 5일장에 대해 알아보기

-메밀과 강원 지역민의 삶의 관계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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