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째 못찾는 블랙박스… “로봇 팔이 바닥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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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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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 화물기 수색 장기화… 무인잠수정 전격 투입

지난달 28일 제주 인근 바다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B747) 수색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행기 잔해는 물론이고 사고원인을 규명해줄 블랙박스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사고 발생 18일로 접어들면서 정부 당국은 블랙박스를 찾기 위해 무인탐사로봇을 전격 투입했다. 무인탐사로봇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공항 서쪽 약 130km 지점을 중심으로 탐사를 벌인다.

○ 블랙박스 고장 났나

제주 해경은 14일 “블랙박스가 고장이 나 음파신호를 못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무인탐사로봇 1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무인탐사로봇은 소형 잠수정(길이 3m, 높이 1m)에 해저 바닥을 뒤지고 수색을 할 수 있는 로봇 팔을 단 기기로, 배 위에서 원격 조종한다. 해경은 “사고 지점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물 속 80m 깊이라 로봇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블랙박스에서는 최장 30일까지 음파가 나온다. 이 음파를 통해 블랙박스 위치를 찾는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음파가 탐지되지 않고 있는 것. 이 때문에 10일부터는 1개였던 블랙박스 신호탐지기를 4대로 늘렸다.

통상 블랙박스(가로 40cm, 세로 20cm, 높이 20cm)는 사고에 대비한 장비라 강한 충격에도 파손되지 않고 사고 당시를 기록한 메모리도 단열블록, 절연박스, 티타늄 박스로 겹겹이 보호돼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위치 신호를 보내는 음파신호 발사기는 블랙박스 본체 외부에 붙어 있어 사고로 손상될 수 있다.

조사위 문길주 사무국장은 “음파신호 발사기와 발사기를 작동시키는 배터리가 블랙박스 본체 외부에 붙어 있어 화재나 사고로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진흙에 파묻혔을 수도

물론 제9호 태풍 무이파가 사고 해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바닥에 있던 블랙박스가 진흙에 파묻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음파신호가 진흙에 막혀 외부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소음이 없어야 음파탐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수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블랙박스 신호탐지기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소음이 큰 헬기나 경비함 근처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며 “작은 보트로 엔진을 멈춘 채 수색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비행기 동체를 찾는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제주 해경은 14일 현재 경비함 3척과 수중음파탐지장비인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를 동원해 화물기 동체를 찾고 있다. 사이드 스캔 소나란 초음파를 발사해 반사되는 파동으로 물체를 찾는 장비. 해경 측은 “일단 블랙박스를 찾아내 수색 범위를 좁힌 후 소나를 이용해서 동체를 찾아야 하는데 블랙박스 신호가 발견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2월 23일 제주 차귀도 서쪽 93km 해상에서 추락한 제주항공대 소속 AW-139 헬기 동체는 블랙박스 신호탐지기로 대략적인 위치를 감지한 후 사이드 스캔 소나를 이용해 추락한 지 이틀 만에 찾아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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