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무명 항일투사 찾는 일이 나의 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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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독립운동연구소 정재상 소장
14년간 박매지 의병장 등 400명 발굴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무명 투사를 찾아 세상에 알리는 일을 소명으로 생각합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경남독립운동연구소’ 정재상 소장(45)은 66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고생 끝에 항일투사 이름과 전투기록 등을 확인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신문사에 근무하던 1995년 ‘우리 지역 독립투사의 활동상’이라는 광복절 특집기사를 준비하다 지리산 일대에서 숨진 항일투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투사 대부분은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았다. 이름이 있어도 어디서 누구와 함께 싸우다 숨졌는지 자세한 기록은 없었다.

1997년 ‘무명 항일투사를 찾고 이들의 애국정신을 알리자’고 결심한 뒤 신문사를 나온 그는 자기 집에다 사설 연구소를 차렸다. 부인과 친구들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14년간 정부기록보존소와 대법원 재판기록, 판결문 등을 뒤져 영호남지역 지리산 일대에서 활약한 무명 항일투사 400여 명을 찾아냈다. 이 중 78명은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도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동 출신 박매지 의병장(박인환으로도 불림·1882∼1909)은 정 소장이 항일투쟁 사실을 밝혀낸 대표적인 사례. 정 소장은 박 의병장과 함께 싸웠던 의병들은 건국훈장을 받았으나 정작 박 의병장은 잊혀진 사실을 발견하고 관련 기록을 찾아 서훈을 신청했다. 그는 지난해 지리산 자락인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에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된 공동무덤이 무명 항일투사 30명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동군은 묘역을 단장하고 ‘항일투사 30인 의총’이란 전적비를 세웠다.

정 소장은 항일독립투사 발굴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대한민국 보훈문화상, 지난해 하동군 향토문화상을 각각 수상했다. 가축 인공수정과 양봉이 생업인 그는 “무명 독립투사들 이름과 항일투쟁 사실을 찾아내는 것은 곧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를 밝혀 나가는 과정이므로 계속 자료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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