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치안 사각지대? ‘마을지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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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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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농어촌주민 4만명 위촉
1년새 1100여건 범죄 신고… 빈집털이-농축산물 절도 뚝

경찰이 마을지킴이들에게 휴대전화 단축번호를 통한 신고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을 지킴이들은 휴대전화 신고만으로 범죄 예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경북경찰청 제공
경찰이 마을지킴이들에게 휴대전화 단축번호를 통한 신고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을 지킴이들은 휴대전화 신고만으로 범죄 예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경북경찰청 제공
지난달 11일 오전 5시 반경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 마을. 밭일을 나가던 김모 씨(54)는 이웃집 앞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 주변을 맴도는 낯선 이를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도둑이라는 생각이 든 김 씨는 담벼락에 숨어서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경운기 상태를 살피는가 하면 주변을 상당히 경계하듯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10여 분이 지난 뒤 그는 경운기를 몰고 유유히 사라졌다. 김 씨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북후파출소로 전화를 걸어 ‘절도범 발생’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읍내에서 경운기를 몰고 가던 강모 씨(56)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옹천리 마을에서만 자전거 2대를 훔치는 등 상습 절도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월 경북 경주시 북군동 한 공사장에서는 건축자재를 트럭에 싣고 달아나던 50대 남성이 주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남성이 알려준 차량번호로 범인의 주소지(고물상)를 알아내 훔친 자재를 트럭에서 내리고 있는 주모 씨(50)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두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주인공들은 바로 경찰에서 위촉받은 ‘마을지킴이’들이다.

경북도내 농어촌 주민 4만5172명으로 구성된 ‘마을지킴이’가 마을 치안 유지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은 ‘내 고장은 내가 지킨다’는 주인의식 실천을, 경찰은 ‘치안 사각지대 해결’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이 제도를 운영해 최근까지 1100여 건의 범죄 신고를 접수해 절도범 80명을 검거했다. 도난차량 14대 회수, 전화 금융사기 5건 예방, 조난자 1명 구조 등 성과도 다양하다.

특히 1년간 농어촌 강·절도사건이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2673건이었던 빈집털이는 2045건으로 23.5% 줄었고 농축산물 절도는 397건에서 350건(11.8%)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지킴이는 활동적이고 마을 상황을 잘 아는 주민들이 선정된다. 신고를 위해 반드시 휴대전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범죄 신고뿐만 아니라 마을 애로사항과 최근 동향을 경찰에 전하고 있다. 전하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여서 치안 유지에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교통사고 예방 역할도 한다. 도로에 떨어진 화물을 치우거나 힘들 경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다. 어르신 안내도 이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경찰은 월 1회 이상 마을지킴이와 간담회를 여는 한편 수시로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신고자에게 10만∼3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감사장을 수여하는 등 적극적인 신고도 유도한다. 이창록 경북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은 “마을지킴이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 치안체제의 모범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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