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애인 복지의 요람 삼육재활센터 수해로 폐허돼 존폐 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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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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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희망에 재활의 햇살을”

망연자실 물에 젖은 집기와 비품, 각종 의료장비 등이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는 삼육재활센터 뒷마당에 한 직원이 앉아 있다. 삼육재활센터는 지난달 27일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보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망연자실 물에 젖은 집기와 비품, 각종 의료장비 등이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는 삼육재활센터 뒷마당에 한 직원이 앉아 있다. 삼육재활센터는 지난달 27일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보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할 텐데…. 치료받던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갑니다.”

국내 장애인 재활복지의 산 역사이자 요람인 경기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의 삼육재활센터 수해 현장은 예상보다 처참했다. 지난달 27일 기록적인 폭우에 침수된 뒤 복구에 나섰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크고 깊었다. 3일 둘러본 재활병원 1층은 텅 비어 있었고, 벽면의 대리석과 목재는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 을씨년스러웠다. 물에 젖은 집기와 비품, 각종 의료장비는 공터에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등 고가의 의료장비가 있는 지하 방사선실과 장례식장은 아직도 진흙탕이었다. 구내식당도 운영이 안 돼 복구에 동원된 직원과 봉사자 500여 명은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수해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재활병원 환자 235명과 요양병원 환자 115명, 노인요양원 입원자 56명, 재활학교 초중고교생 106명, 재활관 거주자 100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다른 병원과 시설로 이송됐다. 침수를 당하지 않은 요양병원에만 100여 명이 남아 있다.

국내 최고의 재활시설과 전문 의료진을 갖춘 재활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다. 재활병원에서는 이날 호흡재활 치료를 받던 김모 씨(69)가 마지막으로 퇴원했다. 그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재활병원으로 임시 이송됐다. 올해 2월부터 입원치료를 받은 김 씨는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증세를 보여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왔다. 호흡재활은 재활치료 중 가장 어려운 분야로 국내에서는 이곳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3, 4곳만 가능한 진료 분야다. 또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한 소아재활도 특화된 분야로 40여 명의 어린이가 진료를 받아 왔지만 수해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해 9월 뇌경색으로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돼 이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황영욱 씨(62)는 “최근 상태가 악화돼 신장투석까지 받고 있지만 센터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삼육재활센터가 정상화돼 마음 편히 치료받고 싶다”고 말했다.

민오식 이사장(59)은 “지금도 수해 당시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며 “대낮에 당했기에 망정이지 밤에 수해가 났다면 환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해 큰 인명피해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 갈곳 잃은 장애인 500여명 “하루빨리 복구됐으면…” ▼

진흙탕에 파묻힌 재활시설 장애인 재활시설의 효시인 경기 광주시 삼육재활센터가 지난달 폭우에 폐허로 변했다. 3일 침수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기물과 진흙이 섞여 아수라장인 상태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진흙탕에 파묻힌 재활시설 장애인 재활시설의 효시인 경기 광주시 삼육재활센터가 지난달 폭우에 폐허로 변했다. 3일 침수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기물과 진흙이 섞여 아수라장인 상태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곤지암천과 경안천이 만나 팔당호로 들어가는 합수지점에 위치한 삼육재활센터는 2009년 여름에도 지하가 잠기는 수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지난해 삼육재활센터 정문 앞쪽으로 높이 150cm의 제방을 쌓았지만 기록적인 폭우를 당해내지 못했다.

삼육재활센터는 이번 수해로 존폐까지 거론되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삼육재활센터가 자체 집계한 수해 피해액은 102억 원이다. 특히 재활병원만 CT 촬영기, 내시경 검사기, 초음파 검사기, 물리치료 장비 50여 종이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게 됐고 구급차 15대도 흙탕물에 휩쓸려 파손되거나 침수돼 모두 56억 원의 피해를 보았다. 연간 운영비가 350억 원인 점을 감한하면 센터 자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규모의 피해인 셈이다.

재활병원 1일 외래이용객이 700여 명이나 됐지만 그마저도 발길이 끊겼다. 장애인들이 다시 병원진료와 재활치료를 받으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광주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하루빨리 지정돼야 보상금으로 시설을 복구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곳을 방문해 지원을 약속했지만 얼마나 빨리 복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곤지암천의 준설도 시급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해는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민 이사장은 “보상 문제가 잘 해결되면 9월 초에나 센터가 부활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 답답하다. 장애인들은 간절히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맘 편히 치료받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삼육재활센터 ::

국내 복지시설의 효시로 꼽힌다. 대학 사회복지학과 개론서에도 장애인 복지의 산실로 소개되는 곳이다. 1952년 6월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서 민오식 이사장의 부친이 삼육아동원으로 복지사업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장애인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이어 특수학교, 직업훈련을 도입했으며 장애인복지법 제정에도 큰 역할을 했다. 1993년 경기 광주로 이전해 4만9587m²(1만5000여 평)의 터에 재활병원과 장애인 초중고교, 노인요양원, 암 환자 병동, 재활관, 재활작업장, 재활체육관 등 총면적 2만6000여 m²(8000평)의 시설을 갖춰 운영됐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도 장애인학교와 재활병원, 체육시설이 있다. 서울과 광주의 직원 수는 총 530명. 민 이사장의 부친에 이어 큰형과 셋째형이 이사장을 지냈고, 4년 전부터 민 이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2동에 있는 삼육대와는 무관한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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